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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전방위로 공세를 펼치면서 신동빈 회장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공개지지’ 선언이 나오면서 장자의 권리를 찬탈한 패륜의 굴레까지 씌워지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창업자로서 상징성을 감안하면 신 회장의 상황은 상당히 불리하다.
한국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일본의 롯데홀딩스마저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리면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쉽지 않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대국민 약속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신동빈 회장은 반격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까?
◆ 신동빈, 신동주 공세에 고전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은 데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채 집무실에서 롯데그룹 현안을 챙기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9일 부친 신격호 회장과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평상시와 같이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3시간 넘게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고 고령의 총괄회장을 임의로 이동시켰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병원행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데 비서실에 보고할 필요가 있냐"고 응수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은 명분 싸움으로 번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지지에 탄력을 받아 장자이자 정당한 후계자라는 명분 쌓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고령과 건강상태를 문제 삼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을 일축해 왔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강검진에 나서자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한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의 무단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목적달성의 방편으로 활용하는 더 이상의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이런 대응은 건강검진조차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도록 아버지를 ‘감시’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대응은 이유야 어찌됐든 국민정서상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버지를 치매로 몰아가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터진 뒤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 롯데그룹 정책본부 비서실 인력을 전격 배치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처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재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외적으로 아버지의 행동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감금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핵심인사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신 총괄회장은 연금당한 상태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법적 소송과 함께 광윤사 이사직 해임 등 전방위로 공세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설치된 CCTV를 철거할 것 등을 신동빈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조처에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싸움을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차남의 경영권 찬탈행위로 야기된 불효를 단죄하겠다는 명분을 세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고 신동빈 회장이 부친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해 온 사실이 이슈화하면 신 회장 입장에서 법정공방에서 수세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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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 '캐스팅보트' 쥔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 표심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17일 “한국이나 일본이나 풍습을 볼 때 후계자는 장남이 당연하다”며 장남의 공개지지를 분명히 했다.
롯데그룹은 이런 발언을 놓고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릿한 점을 이용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아버지 흔들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시점부터 줄곧 신동빈 회장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지지 발언으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지키려면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지지가 절실한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 지지를 선언하면서 계속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중간간부들로 구성돼 있는데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해 광윤사(28.1%)에 이어 2대 주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접수하면서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만 받으면 롯데홀딩스도 장악하게 된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그룹 성장을 함께 해 오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지주회 결정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종업원지주회는 지난 8월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안건에 찬성하며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 분명히 확인됐고 건강까지 문제가 없다고 하면 종업원지주회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도 종업원지주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별개로 롯데그룹의 성장에 누가 더 적합한 경영자인가를 놓고 종업원지주회가 냉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당장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지 않고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아킬레스건을 중국사업으로 보고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사업 등을 통해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고 롯데그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호텔롯데 면세점 2곳의 재승인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판가름할 잣대가 될 수 있다.
면세사업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핵심사업이다. 재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호텔롯데 상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 회장도 경영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 신동빈, 롯데 지배구조 개선 약속도 흔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7일 재계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사과하며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회장은 10월 안에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80%를 끊어내고 내년 상반기에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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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신동빈 회장은 이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은 KDB대우증권과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중 예비심사청구서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장심사에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경영성과뿐 아니라 지배구조 안정성과 같은 정성적 요소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세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약점이 부각되면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호텔롯데 지분을 롯데홀딩스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접수한 광윤사가 보유하고 있는 점도 호텔롯데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기 전 순환출자고리를 100% 해소하고 향후 합병계획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원하고 있는 민유성 고문은 “호텔롯데 상장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호텔롯데에 투자하는 투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고 합병계획을 명확히 밝힌 뒤 상장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