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결단을 내릴 것이란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김 장관은 3일 정몽규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당사자들이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라고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이 만난 지 열흘도 넘었지만 정 회장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이동걸 회장은 정 회장을 만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제 정 회장이 채권단에게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차례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정 회장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에 쏠려 있다.
정 회장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을 제시하면 사실상 판을 깨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가 여전히 있다면 채권단과 충분히 조율 가능한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내놓을 카드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차입금의 만기 연장, 구주와 신주 가격 조정 등이 거론된다.
정 회장으로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직접 나선 만큼 느낄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과 항공업의 주무부처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주력인 건설업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관계가 악화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HDC그룹이 앞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김현미 장관은 현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꼽힌다. 최근 전면 개각설과 함께 김 장관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그렇지 않아도 주무부처가 항공업 위기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더욱 체면이 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이 직접 나선 배경에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앞으로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기 위한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항공운수 배분권과 함께 항공사에 대한 각종 제재 권한을 들고 있다. 실제 진에어는 19개월 동안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아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는 항공사 인허가와 취소, 노선권 등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아시아나항공 처지에서는 큰 우군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현미 장관이 ‘인수만 한다면 최대한 도와주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달래는 동시에 압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뿐만 아니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동걸 회장을 측면 지원하면서 정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직접 중재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동걸 회장이 잘 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SOS를 치면 모를까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당장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이 회장의 요청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3일 김 장관은 정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항공사의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기업별 인수합병 진행경과 등을 듣고 항공산업 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인수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