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스마트건설 강화' 카드를 꺼내 든 데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의지도 담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스마트건설 기술은 노동자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5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이 스마트건설 전담부서를 만들어 모든 현장에 스마트건설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최근 세운 것은 '사망사고가 잦다'는 오명을 씻기 위한 목적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스마트기술 전담부서를 통해 혁신현장 5곳에서 스마트건설 기술을 시범적용해 표준화한 후 이를 모든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건설현장을 3차원으로 미리 살펴 공정 효율을 높이는 건설정보모델링(BIM)은 올해 안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스마트건설 기술을 표준화해 전 사업장에 적용하면 건설업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의 전담부서를 통한 스마트기술 확대적용 전략에는 효율 문제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스마트건설 전담부서가 스마트기술을 통해 현장의 모든 상황을 표준화하면 관리가 수월해지고 안전도 한층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드론이나 정보통신기술(IT)을 통해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할 수 있으며 로봇 등을 통해 위험한 작업에 사람이 투입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현대건설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점은 스마트기술을 통한 안전 확보의 필요성을 높인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현장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2월까지 6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100대 건설사 가운데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중대재해 ‘제로’를 내건 2019년에도 서울 목동 수몰사고를 포함해 최소 8명의 노동자가 현대건설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대건설은 2005~2014년까지 1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110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전체 기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11명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2007년, 2012년, 2015년 3차례나 시민단체 등이 선정한 최악의 산재업체로 뽑히기도 했다.
박동욱 사장은 2월 현대건설 현장에서 올해 첫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안전관리에 1천 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현대건설의 현장안전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전담부서을 통한 스마트건설 확대적용은 박 사장이 직접 개별 현장의 안전에 책임을 지기 위한 방법으로 중앙에서 현장의 안전 관리가 수월해지도록 표준화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현장안전은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을 내건 박 사장에게는 실적 확대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박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지속해서 현장안전을 강조해 온 만큼 사망사고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산재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안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미 사고발생 건설사의 현장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안점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 맏형' 현대건설을 이끄는 박 사장은 심리적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