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부동산 개발사업 강화를 통해 ‘원조 디벨로퍼’라는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수원 망포동,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에 이어 부산 범일동 부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디벨로퍼의 역량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김 사장은 한진으로부터 3067억 원에 매입한 부산 범일동 부지에 주상복합시설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우건설이 부지 매입, 건설, 분양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종합개발사업자 ‘디벨로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범일동 부지는 부산시 동구 범일동 330-311 일대의 2만4090㎡ 규모로 한진 물류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내년 1월에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김 사장은 범일동 부지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이 매입가로 제시한 3067억 원은 증권업계 일각에서 추산한 예상 매각가 12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까지 감안한 면밀한 사업 검토 끝에 입찰에 참여했다”며 “범일동 부지를 두고 매입 경쟁이 치열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가 높은 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명 경쟁입찰로 진행된 범일동 부지 매각에는 30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 경쟁입찰은 입찰할 수 있는 입찰자를 미리 선정해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30곳 이상이 입찰자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사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우건설의 디벨로퍼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사업추진본부를 새로 만들면서 개발사업팀 등을 별도로 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에는 개발 목적으로 수원 망포동 일대의 농어촌공사 부지 10만㎡를 5744억 원에 사들였다.
올해 초에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스타레이크시티의 한 구역에 KDB산업은행, KB증권 등과 복합빌딩을 개발하는 4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김 사장은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통해 부동산 투자개발 쪽에서 대우건설의 새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투자개발 및 자산운용사로서 사업 확대가 안정적 운영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이 최근 대우건설의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대우건설이 과거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지니고 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건설사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맡는 디벨로퍼와 비슷한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무 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며 건설사들은 부동산 개발 등 시행사업을 포기하고 시공에 집중하는 사업방식을 선택했다.
시행사업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차입 등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당시 주택 관련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위기 직후 대거 생겨난 부동산 시행사들 가운데 미래D&C, 로쿠스, 참좋은건설 등이 대우건설 출신들이 만든 회사기도 하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국내 디벨로퍼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회사”라며 “대우건설 출신들이 세운 시행사들이 외환위기 직후 좋은 실적을 내며 대우건설이 부동산 개발사업 사관학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