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증권업계의 주가조작 혐의에 칼을 빼들고 있어 증권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박모(47) KB투자증권 이사를 13일 구속했다.
|
|
|
▲ 검찰이 국내 증권사 임직원들의 주가조작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시스> |
박 이사는 문명관 전 인포바인 대표로부터 인포바인의 주식 45만 주를 대량매도(블록딜)하도록 위탁을 받은 대신 6억9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인포바인은 코스닥 상장사다.
블록딜은 증시 개장 직전이나 폐장 직후에 특정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행위다. 증시가 열려있을 때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면서 주가가 크게 변동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검찰은 문 전 대표로부터 박 이사에게 전달된 돈 가운데 1억3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김모(42) KDB대우증권 팀장을 함께 구속했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7월 박 이사와 김 팀장에게 인포바인 주식을 대량으로 위탁한 뒤 처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문 전 대표는 인포바인 지분 14.99%를 팔아 132억730만 원을 얻었다.
문 전 대표는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다는 소문이 퍼져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박 이사에게 뒷돈을 주고 주식을 위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포바인 주가는 문 전 대표가 주식을 처분한 뒤 기존 3만2천 원대에서 2만6천 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검찰은 3일 박 이사와 함께 문씨의 돈을 받고 주식 대량매도를 도운 혐의로 김모(43) KB투자증권 팀장도 구속했다.
검찰은 국내 증권사 임원들과 기관투자자들이 불공정 거래에 가담해 주가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전현직 임직원 16명이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KB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본사 등 증권사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기업의 대주주가 주가를 일부러 끌어올린 뒤 증권사 임직원에게 뒷돈을 주고 주식을 위탁해 대량매도를 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주주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대주주는 악재가 밝혀져 기업 주가가 떨어진다고 예상될 때도 이 수법을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의 돈으로 주식을 사 대량매도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면 개인투자자의 손해가 커진다”며 “기관투자자의 투자방향에 맞춰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의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