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왜 1년 만에 검찰의 감청수사에 협조하기로 입장을 바꿨을까?
카카오가 최근 겪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카카오가 압박을 이겨내기 힘들어 백기를 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가 검찰수사에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발생했던 이른바 ‘메신저 망명’ 사태가 재현될지 주목된다.
◆ 카카오, 압박감 못 이겨 백기 들었나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검찰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수사에 협조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에 대한 여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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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카카오는 지난 6일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한 통신제한조치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등에 대한 감청이 필요하다고 느낄 경우 영장을 청구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와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문제를 놓고 한 바탕 홍역을 치뤘다.
당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 문제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의 이런 입장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김 총장은 “(카카오가)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제로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 부터 본격화한 검찰과 카카오의 악연은 결과적으로 카카오에 독이 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카카오가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 유포를 방치했다며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이를 놓고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검찰이 카카오를 표적수사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카카오의 수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는 올해 6월 국세청으로부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카카오의 세무조사에 국세청의 ‘대검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인력 50여 명이 투입됐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대단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카카오가 지난해 검찰과 한 바탕 갈등의 골을 만든 뒤부터 각종 조사에 시달렸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카카오가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것을 놓고 이를 지난해 있었던 감청수사 불협조 파문의 여파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 또 다른 속사정은 없나
카카오는 최근 임지훈 대표이사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합병 뒤 1년여 동안 이어오던 ‘다음카카오’라는 회사이름도 ‘카카오’로 변경했다.
카카오는 임 대표 취임과 함께 ‘고급 콜택시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웹보드(도박게임) 유통사업’과 같은 신규사업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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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 |
그러나 새롭게 출발하려는 카카오가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모바일 웹보드게임의 경우 그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하던 카카오가 처음으로 사행성 도박게임사업에 나선다는 점에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카카오의 모바일 웹보드 유통사업은 시작하기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부담을 줄이려면 수사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과 악연을 풀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가 검찰의 SNS 감청수사에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처럼 ‘메신저 망명’이 유행할지 주목된다.
‘메신저 망명’은 지난해 검찰이 카카오톡을 들여다본다는 소문이 퍼지자 일부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이를 비판하며 카카오톡 대신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등으로 사용처를 옮긴 것을 ‘정치적 망명’에 빗댄 표현이다.
카카오는 검찰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의 대화내용을 원할 경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모두 익명으로 처리해 제공하겠다는 안전장치를 심었다.
그러나 검찰이 추가인원의 대화내용을 원할 경우 별도의 영장이 아닌 공문을 통해 이를 제공하기로 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카카오톡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게 일 것”이라며 “국내 3800만 이용자를 자랑하는 카카오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망명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