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3년 동안 흑자전환, 노사갈등 해소, 철수설 불식 등 굵직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왔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GM의 국내외 판매실적은 여전히 부진하고 노사갈등도 임금 및 단체협약 때마다 도드라진다.
‘철수설’ 꼬리표도 완전히 떼지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GM에 따르면 카젬 사장은 올해 9월로 임기 3년을 꼭 채우게 되는데 이후에도 자리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젬 사장의 임기는 GM 본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GM본사가 당장 코로나19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다른 시장을 둘러볼 여력이 없는 데다 국내외 자동차시장 환경도 좋지 못한 만큼 경영안정을 위해 사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카젬 사장은 2017년 8월 취임한 뒤로 줄곧 흑자전환을 한국GM의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지만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2019년에 영업손실 3323억6100만 원을 내면서 6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봤다.
한국GM은 매출을 기준으로 수출과 내수 비중이 8대2 정도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흑자전환 하려면 해외판매를 회복해야 하는데 올해 코로나19 변수로 상황이 녹록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트레일블레이저를 앞세워 수출실적을 개선한다는 목표가 엉클어지게 됐다. 한국GM은 올해 트레일블레이저 수출물량으로 2020년 연간 생산량의 40%를 잡아두고 있었다.
국내 판매실적도 신통치 못하다.
카젬 사장은 쉐보레 브랜드 차량으로 SUV 라인업을 완성해 판매실적을 개선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수입해 내놓는 차량마다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트래버스는 4월에 263대, 콜로라도는 394대 팔리는 데 그쳤다.
한국GM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도 경쟁모델인 기아자동차 셀토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판매성적을 내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월16일 출시돼 4월 말까지 모두 5552대 판매됐다.
노사갈등도 여전히 카젬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GM본사는 그동안 한국GM의 노사문제와 임금, 생산 효율성을 놓고 자주 불만을 드러냈다. 카젬 사장이 취임한 뒤 임단협 때마다 노조와 임금 인상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올해 초 노조 집행부가 새로 들어섰는데 한국GM의 생존조건으로 친환경차 생산기지화를 내걸고 있다. GM의 중장기적 전략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짜인 만큼 사실상 한국GM에도 친환경차를 배정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물량 배정은 GM본사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카젬 사장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당장은 코로나19로 노조가 친환경차 생산기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진 않지만 이 문제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GM에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철수설은 여전히 틈만 나면 불거진다.
철수설은 한국GM의 경영 안정화와 노사갈등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카젬 사장은 여러 차례 흑자전환으로 철수설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2017년 11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철수설을 불식하려면 흑자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은 2017년 8월 한국GM이 경영실적 악화에 노사갈등, 철수설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던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김제임스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뒤 후임으로 자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