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의 사무실을 정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세균 페이스북> |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통령 빼고 다 해 본'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6선에 장관을 거쳐 국회의장도 지냈다. 지금은 국무총리다.
정 총리가 마지막 남은 대통령까지 도전할까?
코로나19로 정 총리의 존재감이 어떤 정치인보다 높아지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19'로 가는 길을 잘 닦는다면 유력한 대통령선거 후보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29일 정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만24년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는 날’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정 총리는 총리를 수락하면서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 이날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다.
정 총리는 “산골소년의 막연한 꿈은 국회의원이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이 품은 꿈은 유능한 의회 민주주의자였”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국회의원은 졸업하지만 그 꿈은 정치에 몸을 담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행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이날 국회의원과 작별하면서 정치적 꿈을 지속하겠다고 표현한 데 의미를 부여한다.
국회의장에 총리까지 지낸 만큼 다시 국회에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꿈을 이어가는 방법은 사실상 대통령선거 도전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총리 가운데 존재감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정 총리가 맞이한 정치적 환경도 그런 꿈을 꾸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정 총리는 2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경제총리, 통합총리가 제가 가려던 길인데 잘못하다가 코로나19 총리가 되게 생겼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이 곧바로 경제회생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경제회생을 이끈 총리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앞에 있다.
정 총리는 온화한 인품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에게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낳은 경제위기는 정 총리의 이런 점을 보완할 기회이기도 하다. 정 총리는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누구보다 실물경제에 강하다는 말도 듣는다.
정 총리는 '경제총리’와 함께 내세웠던 ‘통합총리’로 발걸음을 떼고 있다.
4·15 총선 이후 가까운 당선자들과 비공개로 당선축하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한 데 이어 28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의당 당선자 6명을 총리공관으로 초대해 함께 만찬을 열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도 만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행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 전 총리가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명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정 총리는 이 전 총리와 반대로 대중적 지지는 약하지만 당내 지지기반은 강한 잠재적 대선후보로 평가된다.
정세균계를 뜻하는 ‘SK계’ 의원들은 한때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도 민주당 의원을 친노와 친문이라는 잣대로 분류하지 않는다면 SK계 의원들이 가장 많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적으로 친노와 가까웠던 데다 문 대통령과도 가깝다는 점은 정 총리가 민주당 내에서 지지를 모으기 유리한 요인이다.
현재 문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SK계 의원으로 분류됐던 인물들이다.
정 총리는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인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난 3년은 대통령님의 ‘위기 극복 리더십’이 빛난 시기였다”며 “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을 맞아 위기를 딛고 더 커진 대한민국을 그려본다”고 적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