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네이버 제2사옥’ 시공에서 네이버를 만족시키며 수익성도 잡을 수 있을까?
네이버가 제2사옥에 다양한 첨단기술을 적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공 관련 요구를 충족하며 수익성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17일 네이버 제2사옥 공사 현장을 외부에서 바라보면 승강기 등이 들어가는 코어부와 함께 외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 제2사옥은 현재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바로 앞인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의 1만848㎡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29층으로 들어선다.
그린팩토리와 비슷한 외형과 높이로 설계됐지만 연면적은 1.65배 넓은 16만7천㎡ 규모다.
삼성물산은 네이버로부터 제2사옥 시공과 관련해 다양한 주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제2사옥을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각종 첨단기술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짓길 원하고 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2019년 10월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19’에서 “현재 건축하고 있는 제2사옥은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버 제2사옥에 들어가는 기술이나 시공 과정, 공정률 등에 관해서 삼성물산은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로봇 자율주행을 위해 콘크리트 강도를 일반 건물보다 크게 높이고 바닥 높이를 균일하게 맞추는 등 특별한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네이버 제2사옥을 위해 기계실, 공조실의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감재 연구를 했다는 점을 살피면 일반 건물들보다 많은 기계장비가 건물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네이버 제2사옥 공사현장 관계자는 “공사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일반적 건물과 다른 부분이 있어 시공 난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네이버의 요구가 늘어날수록 시공 과정에서 수익성을 지키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네이버 제2사옥은 국내 단일 건물로는 건설비가 상당히 큰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제2사옥 건설비는 4035억 원으로 그린팩토리 건설비 1400억 원의 3배에 가깝다.
하지만 여러 첨단 기술들이 반영된다면 건설비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사옥은 대기업에게는 집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 요구 조건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과 그린팩토리 등 랜드마크 성격을 띤 대기업 사옥의 수익성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2년 그린팩토리 건설비를 놓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추가 공사비를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현대건설은 그린팩토리 공사 과정에서 네이버가 설계 변경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 366억 원 가운데 일부만 지급했다며 175억 원을 마저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네이버가 29억 원과 지연 이자만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수익성은 시공이 끝난 뒤 정산 과정에서 다룰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18년 6월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금호산업 등과 경쟁을 통해 네이버 제2사옥 시공권을 따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