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삼성물산에 더 중요한 것은 안전경영, 윤리경영, 준법경영 등 회사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고소장이나 고발장이 도착하면 검토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강조해온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 방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2파전으로 치러지는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은 날이 갈수록 격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이해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개별홍보, 불법 홍보관 운영, 현수막을 이용한 비방 등을 이유로 서울시 등으로부터 이미 여러차례 자제 공문을 받았다.
반포3주구 사업과 관련한 공식 보도자료가 언론에 배포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놓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준법수주 기조를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계기로 도시정비 수주전에 복귀한 것도 정부의 감시 강화로 준법수주가 가능한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독립적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제기한 ‘대리비방’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사장에게 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사장은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4월 말 검찰에 2번이나 소환조사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검찰에 첫 소환되기 바로 전날인 4월23일 있었던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 직접 참석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강남권 정비사업 물량이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도시정비 일감이 귀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삼성물산을 겨냥해 고소전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한 점을 놓고 삼성물산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을 대우건설이 찔렀다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이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과 공모해 대우건설을 비방하는 말과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조합장은 서울 주요 지역의 여러 정비사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른바 ‘스타조합장’으로 통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래미안’ 브랜드가 워낙 강력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영업적으로 영리한 패를 던졌다고 본다”며 “다만 삼성물산이 정말 혐의가 없고 그것을 기반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다면 대우건설로서는 역공을 받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