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의 몸집을 줄여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일까?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의 자회사 통합에 이어 골프장, 호텔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데 향후 매각을 용이하게 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KD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리조트회사와 사모펀드 등에 대우건설이 보유한 사이판 ‘라오라오 골프리조트’ 매입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리조트가 최근 KDB인베스트먼트로부터 라오라오 골프리조트 매입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리조트회사 가운데 라오라오 골프리조트를 인수할 만한 곳을 찾기 쉽지 않아 사모펀드로 매각하는 방안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에도 라오라오 골프리조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원매자와 가격 차이가 커 거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KDB인베스트먼트가 라오라오 골프리조트 매각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올해도 매각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라오라오 골프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보다 시장평가 가격이 낮아 현재는 좋은 매각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가치를 조금만 더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라오라오 골프리조트는 송도 쉐라톤인천호텔, 춘천 파가니카컨트리클럽 등과 함께 대우건설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본업인 건설업과 관련성이 적은 비핵심자산으로 구분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비핵심자산을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말 파가니카컨트리클럽을 사모펀드인 스트라이커캐피탈에 95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의 비핵심자산 처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로는 대우건설이 매각하기에 몸집이 너무 크다는 점이 꼽힌다.
대우건설은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자산이 6천억 원 가량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국내 대기업 가운데 대우건설보다 자산규모가 큰 곳은 33곳에 불과하다.
대우건설의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대우건설은 최근 자회사 대우에스티, 푸르지오서비스, 대우파워를 통합 대우에스티로 합치기로 결정했는데 이 역시 자회사 분리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회사를 합병해 수익규모를 갖춘 자회사를 만든 뒤 이들부터 매각에 나서는 방식으로 대우건설 몸집을 줄여갈 수 있다는 것이다.
6월에 출범하는 통합 대우에스티는 철골구조물 공사업, 시설물 유지관리 사업, 발전소 운영관리 등을 맡게 된다.
대우건설은 통합 대우에스티가 2025년까지 6천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자회사 통합을 대우건설의 가치를 전체적으로 높이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자회사 통합 등을 통해 대우건설 매수 희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연말기준으로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