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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동우 회장은 ‘라응찬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거의 다 떼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2011년 신한금융 취임 초 새로운 회장 선출방식을 내놓았다.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CEO 선임의 투명성을 높였다. 또 CEO 선임 나이를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해 계속 연임을 하는 일을 불가능하도록 했다. 제2의 라응찬 회장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회장 선출방식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회장 프리미엄이 너무 클 뿐 아니라 유능한 회장 후보의 등장을 나이로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에 한동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경쟁후보가 막판에 경선을 거부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한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뒤 “회장 선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제도로 하면 한 회장은 나이 제한으로 3연임이 불가능하다.
금융계는 한 회장이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때 3연임이 불가능한 현재 제도를 고칠지, 혹은 본인이 연임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들만 손을 볼지 주목하고 있다.
◆ 한동우가 내놓은 신한금융 회장 선출방식
2010년 발생한 신한사태는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은 1991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2010년 10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사퇴하기까지 무려 20년 동안 제왕적 지위를 누려왔다.
라 회장은 한 때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 행장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후계자를 확실하게 지목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에게 충성경쟁을 시키면서 추종세력을 키우는 데 열중했다. 라 회장의 이런 권력욕은 결국 신한사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신상훈 사장은 지난 2월 “라 회장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였다”며 “그에게 2인자는 필요없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선출과정에서 라 회장 사람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는 체계적 승계 프로그램과 투명한 이사회 구조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며 취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 회장은 20년 동인 깊이 뿌리내린 ‘라응찬의 그림자’를 쉽게 지우기 어려웠다. 신한금융 이사회가 2011년 2월 물러난 라 회장에 대해 스톡옵션을 승인했을 당시 한 회장은 이에 관한 사전보고를 받지 못했을 정도였다. 같은달 이사회에서 윤계섭 서울대 교수만 연임에 성공한 것도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교수는 라 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가 됐다.
한 회장이 취임하면서 약속했던 ‘탕평인사’도 힘을 받기 어려웠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사람들을 고루 등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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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
하지만 신 전 사장 라인은 2011년 4월 인사로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 전 사장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영훈 전 신한은행 부행장은 고문으로 밀려난 후 옷을 벗었다. 이성락 전 신한은행 부행장도 보직을 박탈당한 뒤 자회사인 신한아이타스로 자리를 옮겼다. 신 전 사장이 올해 초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복직의사를 밝히며 한 회장을 압박했던 것도 탕평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제기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한 회장은 취임 100일이 지나서야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을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연임할 수 있는 나이도 만 70세로 정했다. 라 전 회장 같은 제왕적 회장이 또 다시 등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조처였다.
또 내부인사를 후계자로 양성하는 신한금융만의 프로그램도 고쳤다. 한동우 회장은 이사회 산하에 최고경영자와 5~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만들어 승계 전반을 관리하기로 했다.
◆ 한동우 연임과정에서도 파행 빚은 회장 선출방식
한 회장은 ‘야심차게’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지난해 연임 때도 이 지배구조 개선안은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회장 선출 규정이 한 회장의 연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회장 선출 당시 후보로 나왔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신한금융이 회장 선임과정에서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결과를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한 회장이 3년 이상 회장추천위원들과 소통한 반면 다른 후보들은 단지 30분의 인터뷰 기회만 얻었다”며 “수고스럽더라도 후보자들과 대화도 해보고 품성도 평가해보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부회장의 요구는 타당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한금융 퇴직 임직원 모임인 ‘신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일부러 연령 제한을 만 67세 미만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호,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등 만 67세 이상이지만 경쟁력 있는 전직 임원들이 많은 데 이를 봉쇄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이 연임도전을 선언했을 당시 나이는 만 65세였다.
회장 선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추위 위원들의 배경도 논란이 됐다. 회추위는 신한금융 회장과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한 회장은 연임을 선언했기에 회추위원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나머지 5명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한 회장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어 자격논란이 불거졌다.
회추위 구성을 결정하는 이사회 의장인 남궁훈 사외이사는 한 회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다. 남 의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생명보험협회장을 지냈는데 당시 한 회장은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했기에 친분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재일교포 주주대표인 권태은, 고부인 사외이사도 한 회장의 신한생명 재직시절 사외이사와 비상근이사를 지냈다. 따라서 이들도 한 회장과 인연이 깊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필립 아기니에 사외이사만 한 회장과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한 회장이 2011년 취임 후 12명의 이사 중 10명을 교체했을 때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2명 중 한 명이 필립 사외이사였기 때문에 한 회장에게 유리한 인물로 풀이됐다.
지난해 신한금융 회장 경선을 지켜보던 신한금융의 퇴직 임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현직 회장과 사외이사가 각별한 관계를 맺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회장경선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면접일정 연기 등 개선사항을 요구하다 면접을 보이콧했다. 이 전 부회장은 한 회장의 연임을 위한 들러리로 나설 수 없다고 했다. 한 회장은 단독후보가 됐고 회추위원 5명의 표를 모두 얻어 회장연임에 성공했다.
한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후 “회장 선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