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기업 분할 또는 분할합병 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기업이 분할할 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한 뒤 지배주주의 분할회사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주주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20대 국회 때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박용진 의원 대표발의),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방안(이종걸 의원 대표발의),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방안(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등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상법 개정안을 낸 의원 중 박용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21대 국회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박 의원은 상법 개정안 외에도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할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하기도 했다. 규제 의지가 강한 만큼 21대 때도 법안을 다시 발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할합병 방식으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영향권 안에 든다.
이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곳 중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희비가 엇갈린다. 한쪽은 일찌감치 자사주를 소각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낮췄으나 다른 쪽은 최근까지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시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2.78%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대 국회에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일찌감치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철회했다. 2017년 4월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밝혔고 2018년 말까지 2차례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 현재 자사주 보유량이 제로(0)다.
반면 SK의 상황은 다르다. 지주회사 SK는 2019년 말 자사주를 대규모로 사들여 자사주 지분을 25.46%까지 늘렸다. 여기에 자회사인 SK텔레콤 역시 9.42%의 자사주를 들고 있다.
SK나 SK텔레콤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후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SK가 자사주를 늘리면서 이런 관측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분할을 하더라도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강화는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모두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필요하다.
삼성그룹은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데다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이 지배구조의 변수로 떠올랐고 지주회사 규제에 따라 SK하이닉스 등 손자회사의 투자결정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