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유가를 정상화할 수 있을까?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례 없는 마이너스 가격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원유 선물시장은 말 그대로 ‘비정상적’ 상황에 놓여 있다. 석유업계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전락비축유 축적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다.
21일 에너지업계에서는 원유 선물가격의 하락세가 단기간에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7500만 배럴의 원유를 매입해 전략비축유로 축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가득 차는 것은 오랜만일 것”이라며 “우리는 적정 가격에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7500만 배럴의 매입이 적시에 이뤄진다면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들의 모임(OPEC+)이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 감산에 들어간다. 그러나 감산량이 원유 수요 부족분에 미치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4월 정기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동안 원유 수요가 하루 1천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를 보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11월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유가를 빨리 끌어 올려야 한다. 유가가 지금처럼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유지되면 미국 셰일오일 산업이 붕괴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결제일은 5월19일이며 전략비축유 축적은 이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현지시각 21일 오전 2시 기준으로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4.65%(0.95달러)오른 배럴당 21.38달러에 시간외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축적계획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 매입계획이 적시에 진행되지 않거나 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원유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선물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선물거래가 한동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물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허브에서 실물 인도가 진행된다. 그런데 쿠싱 허브의 원유 수용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선물 투자자들이 21일 진행되는 5월물 원유의 결제를 앞두고 실물 인도를 극단적으로 꺼린 탓이다.
이에 인도되지 못한 서부텍사스산 원유 실물이 쿠싱 허브에 그대로 남았다.
이날 기준으로 쿠싱 허브의 용량 8천만 배럴 가운데 73.8%가 찼다. 2100만 배럴의 저장공간이 남았지만 이는 미국의 2일치 석유 생산량에 불과하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대로라면 쿠싱 허브의 원유 수용능력이 5월 중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장공간의 한계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사실상 전략비축유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 전략비축유는 미국 내 군사시설 등에 저장된다.
시선을 미국 전체로 넓혀도 원유 재고상황은 심각하다.
이에 앞서 15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직전 주보다 2천만 배럴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원유 재고가 1100만 배럴 늘었을 것으로 추산했으나 재고 증가량이 예상을 2배 가까이 웃돌았다.
CNBC방송은 “원유 저장고는 이미 채워져 있어 더는 필요가 없다”는 자조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