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i30와 벨로스터, 기아자동차 쏘울과 스팅어는 올해 국내에서 월별 판매량이 부끄러울 정도다. 43대, 138대, 81대, 246대에 그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전혀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단종하지 않는 까닭이다.
17일 현대차와 기아차에 따르면 1~3월 국내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라인업 가운데 가장 적게 팔린 모델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i30와 쏘울, 벨로스터, 스팅어 등 4개 차종이다.
i30의 성적이 가장 저조하다. i30은 1월과 2월에 각각 30대, 32대 판매되는데 그쳤다가 3월에 67대로 늘어나면서 가까스로 누적 판매 100대를 넘었다.
쏘울도 1월 79대, 2월 51대 등 극도로 부진하다가 3월에 113대 판매되며 그나마 250대가량 팔렸다.
벨로스터와 스팅어는 1월부터 3월까지 월별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각각 누적 판매 400대와 700대를 넘겼다.
최고급 슈퍼카나 럭셔리카가 아닌 대중차를 만드는 완성차기업은 통상 이런 판매량이 지속되면 차량을 단종한다. 투입하는 인력과 공장 가동 등 고정비 부담을 생각할 때 월별 판매량 50~300대 수준으로는 이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30와 벨로스터, 쏘울, 스팅어 등의 수명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해외 판매 때문이다.
현대차의 i30과 벨로스터는 모두 준중형 해치백(Hatchback) 차량이다.
해치백은 이름처럼 뒤가 열리는 자동차로 일반적 세단과 달리 트렁크 도어가 뒷유리와 함께 열린다. 승객석과 트렁크가 따로 구분되지 않고 이어지며 뒷좌석을 접으면 승객석까지 전부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해치백은 국내에서 외면을 받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실용성을 앞세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i30(고성능 N 포함)을 유럽에서 7만5899대 판매했다. 이 가운데 약 3만6천여 대의 차량이 국내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들이다.
나머지는 현대차의 유럽 생산거점인 체코공장에서 생산했다.
2019년 미국에서 벨로스터(고성능 N 포함) 판매량도 1만2849대에 이른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서 1만4천 대 이상을 해외로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미국으로, 나머지는 유럽으로 갔다.
기아차의 쏘울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다.
쏘울은 2019년 세계적으로 14만8207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73%가 넘는 10만8472대의 차량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렸다. 2019년 국내 쏘울 판매량은 5564대에 그친다.
기아차는 쏘울을 세계 여러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가 2019년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쏘울은 모두 13만8890대다.
쏘울은 국내에서 인기가 저조한 박스형 모델이지만 미국에서는 2030세대를 위한 첫 차라는 이미지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어 연간 판매량이 꾸준히 10만 대 안팎을 보인다.
기아차의 스팅어도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모델인데 쏘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 스팅어 판매량은 1만3861대로 전체 해외 스팅어 판매량(2만3308대)의 60%에 이른다. 미국 소비자들은 스팅어의 강력한 주행 성능과 스포티한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2017년 처음 출시한 중형 스포츠세단으로 패스트백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스포츠세단다운 성능을 인정받아 2018년 호주에서 추격용 경찰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기는 저조한 편이다. 스포츠세단시장의 크기가 크지 않은 데다 형제기업인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G70이라는 고급 스포츠세단에 그 수요를 대부분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