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는 자회사 CCP게임즈가 중국에서 판호를 받은 데 힘입어 이번 ‘보릿고개’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13일 CCP게임즈에 따르면 중국 넷이즈가 ‘이브 온라인’을 곧 현지에 출시한다.
이브 온라인은 CCP게임즈가 개발한 PC온라인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CCP게임즈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최적화와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CP게임즈는 과거 이 게임을 중국에 한 차례 출시했지만 배급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번에는 넷이즈가 운영을 맡은 만큼 실적 기대감도 크다. 넷이즈는 중국 게임회사 가운데 텐센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CCP게임즈는 넷이즈와 공동으로 ‘이브 에코스’도 만들고 있다. 이브 에코스는 ‘이브’ 지식재산에 기반을 둔 모바일게임이다.
이 게임은 판호 발급을 아직 기다리고 있으나 이브 온라인이 판호를 받으면서 이브 에코스도 곧 서비스 허가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넷이즈가 CCP게임즈와 이브 온라인 모바일판 이브 에코스도 개발하고 있어 이브 에코스도 판호 승인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3월 정 대표는 펄어비스가 CCP게임즈를 인수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CCP게임즈가 서구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배우고 CCP게임즈에 이브 온라인이 아시아시장에 안착하도록 도움을 줘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브 온라인과 이브 에코스 게임에서 성과가 필요하다. 두 게임들이 펄어비스의 다음 먹거리 게임들이 나올 때까지 공백기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펄어비스가 새로 게임을 내는 속도가 더디고 개발 진척도를 알리지 않는 것을 두고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 주가는 게임 출시를 둔 기대감에 주로 움직인다. 펄어비스는 배당을 하지 않으며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도 인색해 주주들은 게임일정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펄어비스가 현재 개발 중이라고 알린 게임은 ‘붉은사막’과 ‘도깨비’, ‘플랜8’, ‘섀도우 아레나’ 등 4종이다. 이 가운데 도깨비와 플랜8은 애초 2018년에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 대표는 2018년 5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원래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잡았으나 기획 방향성이 바뀌고 콘텐츠 규모가 커져 개발기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험적 성격이 짙은 섀도우 아레나만 상반기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나머지 게임들은 올해 안에 시범운영을 거친다는 목표만 잡아뒀다.
펄어비스에서 최근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시장에서는 신규게임 개발이 엎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새 게임들을 정상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알렸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게임전시회도 취소되면서 게임을 보여줄 기회도 없어졌다. 6월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인 E3에서 펄어비스가 새 게임들을 내보일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이 전시회도 열지 않기로 결정이 났다.
펄어비스는 새 게임들이 나올 때까지 실적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지식재산을 PC에서 모바일, 콘솔로 확장하고 게임 운영지역도 세계로 확장하면서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 플랫폼과 지역에 게임을 출시한 탓에 성장 여력이 적어졌다.
펄어비스는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359억 원, 영업이익 1506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32.4% 늘면서 2017년에서 V자로 반등했지만 영업이익은 10.4% 줄며 2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황현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브 온라인과 이브 에코스 매출을 반영하면 올해 실적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출시를 제외하면 검은사막 지식재산 확장 주기가 마무리돼가 가시적 성장동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