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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이사와 뽀로로 |
브랜드 가치 8천억 원, 경제효과 5조7천억 원. 애니메이션 주인공 ‘뽀로로’의 가치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5조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으니 뽀로로는 김연아를 누른 셈이다.
뽀로로는 2003년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들한테 ‘뽀느님’ ‘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산업은 뽀로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고 평가한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인기를 모았지만 산업에 끼친 영향은 뽀로로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뽀로로도 나이가 11살이 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그래서 뽀로로가 만들어 놓은 성과 위에서 뽀로로에 필적할 캐릭터가 나올 때 비로소 국내 캐릭터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틈새를 찾아내 철저한 차별화
뽀로로의 아버지는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이사다. 최 대표는 뽀로로를 만들기까지 애니메이션에서 두번의 실패를 겪었다.
“뽀로로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줄줄이 엎어지고, 일하던 부서가 없어지기도 하고, 회사를 차린 뒤 한동안은 투자금만 계속 까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오늘날의 뽀로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최 대표는 뽀로로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어느 순간 광고주에게 휘둘리는 광고 컨텐츠에 염증을 느꼈다. 그리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를 만들어 사업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때마침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업을 추진했다. 최 대표는 이 사업에 합류했다. 당시 만들어진 만화영화가 ‘녹색전차 해모수’다. 이 만화영화는 1997년 KBS에서 방영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세일러문’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경쟁하면서 높은 벽을 실감했다.
금강기획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미국계 광고회사 오길비에 매각됐다. 애니메이션사업도 정리됐다. 최 대표는 2001년 고심 끝에 애니메이션사업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애니메이션회사 ‘아이코닉스’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사표를 내러 갔더니 사장이 너 미쳤느냐며 만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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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
하지만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이 ‘되는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애니메이션사업을 만류하던 금강기획오길비사장도 사업계획을 듣고 3억 원을 투자했다.
최 대표가 독립 이후 만들어낸 첫 작품은 ‘수호요정 미쉘’이다. 당시 20억 원을 투자해 만들어 KBS2TV에 방영하고 DVD로 제작해 미국에 수출했지만 실패했다.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떨어졌다.
특히 한일합작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최 대표는 “수호요정 미쉘은 작품성과 완성도는 뛰어났지만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만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준비했다. 그는 “뽀로로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망하면 서울역에서 노숙자가 될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를 위해 시장접근 방식부터 바꿨다. 기존 애니메이션을 철저히 분석하고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짰다.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당시 애니메이션시장에 2~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없음을 간파했다. 그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캐릭터 개발부터 철저히 틈새를 노렸다. 최 대표는 펭귄을 선택했다. 그는 “유명한 동물 캐릭터중 펭귄은 거의 없었다”며 “뽀로로가 펭귄이 된 것도 그 이유”라 말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점과 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유명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뽀로로가 성공하는 데 한 몫 했다고 최 대표는 분석한다.
콘텐츠 내용도 기존과 다르게 갔다. 이전까지 유아 콘텐츠는 대개 교육적 내용이 많았다. 부모들이 원하는 교훈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뽀로로는 아이들이 원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 위주로 구성했다. 뽀로로 노래의 첫 소절이 “노는 게 제일 좋아, 꼬마친구 뽀로로”라고 만든 게 아이들이 공감하는 뽀로로를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콘텐츠 구성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당시 유아 애니메이션 길이는 아무리 짧아도 10분 안팎이었다. 최 대표는 유아의 집중력이 7분 내외라는 연구결과를 반영했다. 그래서 뽀로로분량을 5분으로 대폭 줄였다.
2013년 11월 EBS를 통해 뽀로로는 방영됐다. 대성공이었다. 뽀로로는 시즌5까지 이어졌다. 또 번외편, 특별편, 영화 등 모두 270여 편이 제작됐다. 지금도 인터넷과 IPTV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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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의 후원금 협약식 기념사진 |
◆ 국내시장만으로 안 돼, 해외를 노렸다
뽀로로는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했다. 철저한 전문화 속에서 사업화가 진행됐다. 제작기획 및 시나리오는 아이코닉스가, 그림은 오콘이 책임지며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했다.
최 대표는 국내시장만으로 수익을 만들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당시 TV 방영권 수익은 한 편당 1천만 원 안팎이었으나 평균적 제작비는 편당 1억 원이었다. TV방영만으로 비용회수가 힘든 구조였다.
이 때문에 뽀로로는 캐릭터 기획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뒀다. 동물 캐릭터 선택도 세계 모든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색상이나 배경까지도 여러 나라 아이들에게 통용될 수 있도록 연구해 만들었다.
뽀로로 내용 안에 ‘김치’ 등 한식을 먹는 내용을 넣자는 국민들의 청원이 있었으나 최 대표는 거절했다. 한국을 넘어 해외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 캐릭터의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뽀로로는 전 세계 아이들이 공감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뽀로로의 글로벌전략은 통했다. 뽀로로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EBS 방영 전에 이태리 카툰스온더배이, 프랑스 안시페스티벌, 브라질 애니마문디 등에서 TV시리즈 부문, 아동 부문 경쟁작으로 진출했다.
EBS에서 첫 반영되던 시기에 벌써 프랑스 국영방송 TF1과 배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뽀로로는 프랑스내에서 41%라는 경이적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1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유럽 방송사 3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애니메이션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뽀로로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뽀로로는 현재 노르웨이, 영국, 인도 등 20여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회사인 디즈니가 2011년에 뽀로로를 1조 원에 인수하려했으나 회사가 거부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러나 이 얘기는 와전된 것이었다. 브로커가 뽀로로 제작사에게 “1조 원에 매각할 뜻이 있느냐”고 물은 것이 커졌다고 한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뽀로로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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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파크 내부 모습 |
◆ 일본 헬로키티 7년만에 따라잡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2년 기준으로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8천억 원, 취업 유발효과가 4만3천여 명, 경제효과가 5조7천억 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중국을 흔들고 있는 탤런트 전지현의 경제효과가 3천억 원, 피겨여왕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경제효과가 5조 원인 점을 고려할 때 뽀로로의 위상을 실감하게 해준다.
뽀로로는 현재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뿐 아니라 소말리아,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까지 전 세계 130여개 나라에 판권과 라이선스를 수출하고 있다.
또 상품 로열티와 판매액이 해마다 각각 150억 원과 6500억 원을 넘어섰다. 누적 매출은 1조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뽀로로가 총매출액에서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헬로키티를 7년 만에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캐릭터 상품만 해도 2천여 종이 넘는다. ‘뽀로로 테마파크’ ‘뽀로로 키즈카페’ ‘뽀로로 공연’ ‘뽀로로 장난감’ ‘뽀로로 유모차’ ‘뽀로로 붕붕카’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각종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얼마 전 5만㎡에 달하는 터에 뽀로로 테마랜드와 가족형 호텔을 조성하기로 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뽀로로 테마랜드, 패밀리호텔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증대 등 의정부시가 경기북부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