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가 합의문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16일 국회에서 정책의총을 열고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근로자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법 등 노동관련 5개 법안을 당론으로 공식 추인하고 연내 노동법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
|
|
▲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김무성 대표는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실을 맺으면서 이제 입법과 구체적 실천방안논의등 후속조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단계에 왔다고 밝혔다. <뉴시스> |
김무성 대표는 "이번 대타협은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노사 모두 인식하고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분담 정신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합의"라고 평가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문제가 됐던 해고 기준 완화, 취업 규칙 변경 문제는 정부와 노동계가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5법이 다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노동시장의 일방적 개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노동법에 규정된 해고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가 있으며 이는 철저한 법정주의와 정확한 규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일반해고의 경우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법적 효력, 절차, 과정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일반해고는 국민을 모두 평가의 대상으로 놓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라며 “인간의 노동권뿐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 정부 가이드라인, 헌법 위배 논란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결코 희생을 강요하고 쉬운 해고를 강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합의로 쉬운 해고가 남발할 것이라는 야권과 노동계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노사정위는 관련법(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 정부 가이드라인(행정지침) 형식으로 일반해고를 도입했는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저성과자 해고는 근로기준법이 허용한 해고범위를 벗어난다”며 “정부가 법을 준수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지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박 대통령이 (쉬운 해고를 강제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진짜 의지를 갖고 있다면 행정지침으로 헌법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고자 했던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정부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따라 해고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인사평가 기준 중 상당수는 주관적인 내용”이라며 “이 때문에 노조 활동을 하거나 부서장과 사적으로 관계가 안 좋은 직원을 쫓아내는 데 이 가이드라인이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불공정한’합의문 비판도 나와
노사정위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합의문이 회사 측에 유리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및 노사정 합의 관련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노동자들은 일반해고, 취업 규칙 요건 완화, 비정규직 확산 등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챙길 것은 챙기면서 손해 볼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합의문 안에는 "정부는 우선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세무조사 면제 우대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합의문에는 또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 및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소득 감소와 관련해 회사 쪽에 설비투자와 인건비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혜택에 비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의무는 미미한 수준이다.
예컨대 “경영상의 사유로 고용조정이 필요한 경우 경영계는 감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고소득 임직원은 자율적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기여을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와 같이 기업은 ‘노력’만 하면 된다.
기업은 정규직 채용이나 전환 등도 ‘가급적’ 이행하면 된다.
이는 “단체협약·취업규칙 개정에 적극 협력하고”처럼 노동자한테는 적극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김성의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번 노사정 합의는 기업의 이해와 핵심요구를 관철하는 거수기 노릇밖에 하지 못한 불공평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