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선거구별로 판세의 윤곽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경남 창원 성산구와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를 비롯해 득표 경쟁력이 높은 여러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는 지역구에서는 진보와 보수, 각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경남 창원시 성산구 총선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왼쪽부터), 정의당 여영국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
3일 정치권에 따르면 5일까지 각 선거구에서 후보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6일 전에 후보를 단일화해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를 인쇄한 뒤에도 자진사퇴 형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할 여지가 있지만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있으면 단일화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에서는 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다. 미래통합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가 함께 경합하는 ‘1강2중’ 대결구도가 형성된 곳으로 꼽힌다.
창원 성산에는 통합당 강기윤 후보와 민주당 이흥석 후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겨루는데 보수 후보인 강기윤 후보가 가장 앞서고 이흥석 후보와 여영국 후보가 그 뒤를 추격하는 판세로 정치권에선 분석한다
게다가 이곳에는 민중당 석영철 후보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지지세를 모은 것으로 알려져 진보진영으로서는 단일화가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민중당 석영철 후보는 2일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진보진영 세 후보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석 후보와 여 후보만 자리를 함께했다. 석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민주당 이흥석 후보에게 거듭 논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흥석 후보는 같은 날 출정식에서 “민주당으로 범진보 진영이 결집하면 적폐세력을 물리칠 수 있다”며 “또 군소정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창원 성산은 공단지대가 포함돼 있어 비교적 진보정당 지지성향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영남권 특성상 보수정당 지지층도 만만치 않아 과거 총선에서 진보 진영 단일화가 이뤄져야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사례가 많았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진보 지지표가 나뉜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으로 나온 강기윤 후보(현 통합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단일화가 이뤄진 그 이후 선거에서는 진보진영이 잇따라 승리했다.
단일화 없이 진보진영 승리가 어려운 만큼 진보진영 세 후보가 막판에 단일화 논의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인천 연수구을도 보수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진보진영 후보가 나뉘어 있는 대결구도가 펼쳐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통합당 민경욱 후보가 대체로 앞서는 가운데 민주당 정일영 후보와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그 뒤를 쫓는 판세가 연수구을에서 펼쳐진 것으로 바라본다.
▲ 인천 연수구을 총선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후보(왼쪽부터),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표가 갈리며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민경욱 후보가 이득을 봤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는 38.05%, 국민의당 후보는 18.58%의 표를 받았는데 두 당 득표율을 더하면 새누리당 후보가 얻은 44.35%를 웃돈다.
아직 민주당 정 후보와 정의당 이 후보 모두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주말을 거쳐 막판에 후보 단일화로 뜻을 모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밖에 청주시 상당구 선거구는 민주당 정정순 후보와 통합당 윤갑근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의당 김종대 후보가 뒤쫓는 ‘2강1중’ 구도가 짜여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진보진영 표가 결집되면 보수 후보에 우세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막판에 단일화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주로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보수 후보 사이 단일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강원도 강릉시는 보수 진영 통합이 가장 절실한 선거구로 꼽힌다. 원래 이 지역은 보수 우세지역인데 보수 후보가 여럿 나오며 보수진영의 승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릉 현역의원은 무소속 권성동 후보로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게다가 강릉시장을 지낸 최명희 후보까지 통합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왔다.
▲ 강원도 강릉시에 출마하는 무소속 권성동 후보(왼쪽부터), 무소속 최명희 후보, 미래통합당 홍윤식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그러다보니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보수 성향의 무소속 권성동·최명희 후보가 호각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작 보수 대표 정당인 통합당 홍윤식 후보는 지지율에서 열세인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정치권에선 바라본다.
보수진영으로서는 강릉에서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지만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선거공학적으로 힘을 합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성동 후보가 3월 중순부터 줄곧 보수진영 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지만 각 후보마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현재까지 단일화 논의에 구체적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영등포구을도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센 곳이다.
이곳은 최근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내리 승리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보수 후보가 둘이 나와 표가 갈릴 우려마저 불거졌다.
영등포을에는 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통합당 박용찬 후보 외에 무소속 이정현 후보가 출마한다.
무소속 이 후보는 3선 국회의원에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에서 당대표를 지낸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라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상당한 득표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박용찬 후보(왼쪽부터), 무소속 이정현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후보.
현재 통합당 박 후보와 무소속 이 후보 측은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며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서도 보수 후보 사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지역은 현역인 윤상현 후보가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곳이다. 통합당에서는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후보를 내보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동·미추홀을 지지도 여론조사 추이를 고려해 민주당 남영희 후보와 무소속 윤상현 후보가 접전을 보이며 통합당 안상수 후보는 두 후보와 비교해 다소 뒤처지는 판세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에 보수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수진영 내에서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 공천에서 밀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지난 총선과 같은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