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26일 손 회장의 징계효력 정지 관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금감원과 손 회장 사이 법적 다툼이 본격화했다.
금감원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이 손 회장의 파생결합펀드(DLF) 징계와 관련해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데 불복해 항고장을 냈다.
상급심인 서울고등법원이 서울행정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결정을 기각하면 효력이 소급적용돼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25일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이 주주 과반 이상의 승인을 얻어 연임을 확정지은 다음 날 곧바로 항고장을 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강경한 태도가 감지된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금감원이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반드시 승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향후 손 회장이 본안소송 승소를 통해서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 만큼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본안소송에서 금감원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법원과 손 회장에게 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금감원과 법적 분쟁으로 관계가 악화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금융상품 판매와 금융회사 인수합병 등의 승인 권한을 쥐고 있다. 손 회장이 불편한 관계를 맺으면 2기 경영을 계획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부터 이번 법적 분쟁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우리은행의 내부등급법 적용을 승인하면서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은 올해 1분기 안에 가능할 것으로 금융권은 바라봤다.
코로나19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더해 이번 재판까지 더해진다면 금감원의 업무처리 우선순위에서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이 더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은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지주를 성장시키겠다는 손 회장 2기 경영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을 승인 받으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현재 표준등급법보다 2~3%가량 상승해 대규모 자본을 금융회사 인수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표준등급법을 적용한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6%로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기준인 11.5%를 소폭 웃돌았다.
손 회장은 상반기 안에 내부등급법 승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7월로 계획된 아주캐피탈 인수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74.04%)인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 49.8%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펀드 지분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는 아주캐피탈 지분 74.04%를 인수하기 위해 약 3620억 원을 투입했다. 손 회장이 추가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최소 2천억 원 정도를 들여야 할 것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2천억 원의 지출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0.08%포인트가량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규제기준에 근접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우선 인수금융만 주선하는 것도 내부등급법 승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향후 푸르덴셜생명 지분 참여는 내부등급법 승인시점에 달려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