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최 회장이 전해동박사업 진출을 결심한 배경으로 자회사 켐코의 빠른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켐코는 2차전지용 황산니켈사업을 시작하고 세 분기 만에 영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황산니켈은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재료로 쓰인다.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다 배터리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극재를 만들 때 점점 니켈 비중을 높이는 덕분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여기서 2차전지소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켐코 지분 35%를 들고 있다. 켐코는 2017년 설립돼 2018년 11월부터 2차전지용 황산니켈을 생산 및 판매해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연평균 28%씩, 전기차배터리시장은 연평균 40%씩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국제 아연가격의 변동 등 업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고려아연 실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충분한 투자능력을 갖추고도 추가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않는 점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따라붙기도 했다. 2019년 3분기 기준 고려아연은 5800억 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2016년까지는 아연과 연(납) 수요 증가에 발맞춰 생산량을 증설하다가 이후에는 이런 움직임도 둔화하면서 외형 성장을 이어갈 방안을 마련해야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자기자본 이익률은 2016년 11.2%에서 2019년 9.8%로 1.4%포인트 낮아졌다.
자기자본 이익률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보여주는 지표인데 대개 자기자본 이익률이 높을 수록 수익성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아연 공급량은 2019년보다 4.7% 증가하는 반면 소비량은 0.9%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아연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아연 제련수수료 상승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려아연은 성실한 실적 안정성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9년 고려아연 회장에 올랐다. 오너경영인이지만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경영솜씨를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전해동박사업에 발을 들인 만큼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12일 울산 온산제련소 부근에 2차전지소재인 전해동박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할 자회사 ‘케이잼(KZAM, 가칭)’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초기 투자금액은 1527억 원이며 향후 자금 소요계획에 따라 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회장은 1947년 12월14일 황해도 봉산에서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주의 3남으로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광산대학원에서 자원공학 석사학위,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자원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형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