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미국에서 제기한 램시마(미국 이름: 인플렉트라)의 배지특허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미국에서 특허분쟁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얀센은 램시마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로 셀트리온과 램시마의 물질특허 무효 등을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에 얀센이 특허 침해를 제기한 것은 배지였다. 배지는 동물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영양성분이 포함된 배양액을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2018년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램시마는 미국에서 판매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램시마는 2019년 미국에서 3억 달러(약 3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보다 15.8% 증가했고 2년 전인 2017년보다는 2.5배 정도 늘어났다.
램시마의 미국 점유율도 지난해 분기마다 1%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미국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면서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는 램시마가 지난해 미국 최대 민간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의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된 덕분이다. 선호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병의원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우선적으로 투여될 수 있다.
게다가 램시마의 가격 경쟁력도 부각됐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공공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비영리기관 ‘헬스뉴잉글랜드’는 2019년 레미케이드 처방을 약 93%까지 램시마로 대체해 약 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레미케이드 대신 램시마를 처방하면 약 35%의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에서 저조했던 램시마는 보험사 등재 확대의 효과가 이어져 마케팅업체인 화이자의 수요량이 지난해보다 약 2 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서 회장은 올해 램시마의 판매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미국 사보험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사보험 비중이 70%로 공보험 비중보다 훨씬 높아 램시마가 사보험에 등재되지 못하면 점유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
최근 램시마의 특허 리스크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점은 램시마의 사보험 등재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높은 가격이 최근 미국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어 램시마와 같은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서 회장은 램시마 일부 물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램시마의 미국 내 제조에 걸림돌이 없어진 만큼 의약품위탁생산(CMO)을 통한 램시마의 추가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램시마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탄력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앞으로 예정된 피하주사제형인 램시마SC의 생산과 미국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램시마SC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램시마SC는 이르면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의 의약품위탁생산은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고 아직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램시마의 물량이 폭증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