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월31일 기아차 노사공동 잔업관련 태스크포스 상견례 모습. |
기아자동차가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족해진 생산물량을 만회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초 2019년 임금협상을 타결할 당시 합의했던 ‘잔업 복원 협상’에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가 잔업폐지에 따라 줄어든 실질임금을 올릴 충분한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특근을 거부하겠다며 회사를 압박하면서 노무관리를 총괄하는
최준영 대표이사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4일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투쟁지침을 결정하며 3월 모든 공장의 생산특근 협의를 유보하기로 했다.
노사는 통상적으로 매달 공장별 백오더(주문대기 물량)를 확인한 뒤 납품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근협의를 진행한다. 공장별로 한 달에 최소 4회 이상 특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기아차가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데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기아차는 애초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의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부품 와이어링하니스의 재고 부족에 따라 계획한 수량만큼 생산하지 못한 차를 3월부터 만회하려고 했다.
2월 판매실적을 종합한 보도자료에서도 “중국 현지공장 가동 정상화로 차량 생산에 더 이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3월에 특근을 실시해 2월에 발생한 생산차질 물량을 최대한 빨리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특근거부 방침을 세운 것은 ‘잔업 복원 협상’에서 회사가 노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제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사는 1월14일 2019년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따른 조합원들의 잔업수당 하락을 상쇄해 실질임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7년 9월 이후 특근이 사라짐에 따라 수당까지 없어져 조합원들의 월급이 수십만 원가량 줄었다며 대책 마련을 주장해왔던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한 것이다.
노사는 이에 따라 1월31일 잔업 관련 노사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협상했다.
기아차는 2월 말에 열린 5차 회의에서야 잔업 복원을 위한 1차 제시안을 내놨는데 이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회사의 잔업 복원 제시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논의할 가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안”이라며 “무성의한 회의로 차수만 늘리는 것은 노조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다음 회의에서 실질적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무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최준영 대표를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노조는 최근 회사의 협상 태도를 문제삼으며 “잔업관련 노사공동 태스크포스의 사측 교섭대표들은 변명과 시간끌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며 “사측은 시간만 끌면 최 대표에게 칭찬받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기아차 노무지원사업부장을 맡다가 2018년 초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노무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2018년 7월 기아차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임금협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 탓에 부분파업에 직면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 신차 출시 사이클을 시작해 판매 개선을 위한 생산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근 거부라는 상황을 해결해야 할 최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2월 말 기준으로 소하리 공장과 화성 공장, 광주 공장 등에 모두 12만8905대의 백오더를 확보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