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KCC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KCC가 2019년 실적을 놓고 배당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정 회장이 내건 내실경영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KCC는 2019년 기말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4500원, 전체 443억 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2018년 기말배당금으로 책정한 787억 원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KCC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최소 690억 원에서 최대 790억 원 수준의 배당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도 보유한 KCC 지분 39.36%를 통해 상당한 배당수익을 올려왔다.
2018년 순손실 231억 원을 냈을 때도 기말배당금을 2017년과 같은 787억 원으로 책정했는데 2019년에는 배당기조를 대폭 완화했다.
여기엔 글로벌 실리콘업체 ‘모멘티브’ 인수와 그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놓고 정 회장의 고뇌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세계 3대 실리콘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실리콘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체 인수금액은 30억 달러(3조6천억 원)로 국내에서 진행된 해외기업 인수 가운데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KCC는 전체 인수금액의 45%를 부담했다.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 SJL파트너스 등이 나눠 맡았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실리콘과 내실경영 2가지를 중점적으로 들었다.
그는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향후 5년치에 해당하는 선투자를 이미 감행했다”며 “독자적 첨단기술을 확보하게 됐지만 연결재무제표상 부채도 늘었기 때문에 앞으로 5년은 내실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CC의 모멘티브 인수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7일 KCC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긍정적)’으로 하향했다. 주력인 건자재사업이 전방산업 부진으로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모멘티브 인수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2018년 1조9천억 원에서 2020년 4조3천억 원으로 커진다는 점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근거로 들었다.
모멘티브 인수는 KCC의 2019년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KCC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2299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손실규모가 2천억 원 이상 커진 것인데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의 장부상 평가손실이 반영 됐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있었던 KCC 대규모 손실이 일시적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흐름과 무관한 평가손실”이라고 바라봤다.
모멘티브 실리콘사업부는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KCC에 편입된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KCC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6천억 원, 영업이익 3400억 원, 순이익 17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보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152% 늘고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으로 길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반드시 가야 하는 KCC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