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고 국민연금 선택이 자칫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5일 국민연금공단과 한진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3월 한진칼 주주총회 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안건이 상정되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지금까지 나온 주주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조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조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델타항공, 카카오 등으로 파악돼 33.45%를 차지하고 연임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1.98%로 전망된다.
찬성과 반대 지분 차이가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3.45%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에 이어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도 마련됐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다툼이자 이 고문, 조 전무 등까지 합세한 집안싸움으로 번져 국민연금으로서는 난처해졌다.
등기이사의 위법행위가 분명하고 이것을 제재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라면 충분한 명분과 실리가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자칫하면 가족의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게 되는 양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한진그룹 일가의 행위에 제재를 가한다는 취지는 약해지고 조 회장 측과 조 전 부사장 측 가운데 어느 일방의 편에 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때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정관변경 제안,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한진칼을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른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의 첫 시범사례로 삼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은 2015~2016년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연차수당 244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과 2017~2018년 생리휴가 3천 건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2018년 7월 교육부는 조원태 회장이 인하대학교에 부정하게 입학한 것으로 판단하고 학사학위를 취소하라고 인하대학교에 통보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항공기를 멈춰 세운 땅콩회항사건으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폭행죄와 관련한 유죄판단을 받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명품 밀수 혐의로 2019년 6월 1심과 12월 2심에서 모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기도 했고 외국인 가사노동자 불법고용 혐의로 2019년 7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2천만 원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