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중국과 면세점 매출 의존도가 높은 패션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과거 ‘사스’, ‘메르스’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중국 관련 소비재기업이 단기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창수 F&F 대표이사(왼쪽)와 장재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 사장.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의 사례를 보면 약 6개월에 걸쳐 소비재업종의 실적 약화와 회복이 진행됐다”며 “우한 폐렴의 전염 및 확산속도, 발병 근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분기 이상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은행도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중국경제는 안팎의 불확실성 확대로 전체시장의 성장률 둔화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성장이 정체된 내수시장 대신 중국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던 터라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악재를 더욱 가깝게 체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F&F는 당장 국내 면세점과 중국 안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몰 등의 매출 등 양쪽이 모두 타격을 입게 생겼다.
F&F는 의류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MLB 브랜드가 중국인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외형을 급격하게 불려가고 있었다.
MLB 브랜드는 F&F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책임지고 있는데 면세점을 통한 매출비중이 약 60%에 이른다.
국내 주요 면세점인 롯데 소공점, 신세계 명동점, 신라 장충점 등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함 패션·악세서리부문 매장들 사이에서 평당 매출 1위를 보일 정도다.
MLB 브랜드 매출구조를 볼 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인 입국자수가 줄면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방역회사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신라면세점 서울점추가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스, 메르스 때를 살펴보면 외국인 입국자수, 면세점 판매 실적 등은 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이후 급감해 보통 한 달 정도 뒤에 바닥을 쳤고 3개월 진입 시점부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온라인몰과 오프라인매장 영업도 ‘일시정지’ 상태다.
F&F는 최근 중국 온라인몰인 ‘티몰’ 공지문에서 후베이지역 단속 영향으로 제품 수송이 일시 중지됐고 구체적 회복기간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F&F는 티몰에서 2019년 3분기 매출 32억 원을 거뒀고 4분기에는 광군절 효과로 약 50~6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올해 1분기에는 급격한 매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부진한 패션사업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던 중국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대표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매장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우한 지역 매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매장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에서 스튜디오톰보이 매장 8개, 보브 매장 4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매장 수(스튜디오톰보이 127개, 보브 124개)와 비교하면 큰 비중은 아니지만 한창 의욕적으로 중국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시기에 악재를 만난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아직 휴업기간이 길지 않아 매출에 두드러진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언제 영업을 재개할 것인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일 중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스는 당시 중국에서 확진자 5327명이 나왔고 349명이 숨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