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 총리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언제나 1% 안팎을 벗어나지 못했다. 화려한 정치경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셈이다.
정 총리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종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총리 제안을 수락한 데는 인지도라는 약점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에게는 총리직 수행으로 부족한 대중적 인지도를 채우는 편이 이미 6선을 달성해 더는 무의미한 선수를 쌓기보다 나은 길일 수 있다.
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락하자 정치권에서는 바로 정 총리를 놓고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며 총리 다음 행보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총리는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전혀 생각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돌아온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21대 총선에서 정치적 부활 노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12월30일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더불어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친노세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소 이례적으로 특별사면을 통해 이 전 지사를 복권한 배경에는 친노와 친문 인사들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안 전 지사가 정치권에서 멀어지면서 친노 인사들에게는 구심점이 될 인물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재인 세력에게도 새로운 당내 유력 대선주자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안 전 지사를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내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혔던 인물들이 모두 대선가도에서 멀어지면서 계파색이 옅은 이낙연 전 총리가 대권가도를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지사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성장하려면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전 지사의 구체적 역할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 이 전 지사가 종로에 출마하고 이 전 총리가 세종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친문세력에서는 이 전 지사가 강원도 지역구에 출마해 강원도 선거를 지휘하고 이 전 총리가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이 전 총리에게 공식적으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과 종로 출마를 제안하고 이 전 총리가 23일 당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 전 지사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사가 보수 지지세 강한 강원지역에서 도지사를 지냈을 정도로 지역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만큼 강원지역에 출마한 뒤 지역 선거를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지사는 복권된 뒤 “정치활동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도민들의 성원에 보답을 못해 그 빚은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지사가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뒤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