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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어제의 적' 최재범을 새 대표로 맞아 해외에서 승부 걸어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0-01-10 16: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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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해외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성장정체를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귀뚜라미는 2020년을 ‘제2의 창업’의 해로 삼아 글로벌 냉난방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첫 번째 행보로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부회장을 새 대표로 영입했다.
 
귀뚜라미, '어제의 적' 최재범을 새 대표로 맞아 해외에서 승부 걸어
▲ 최재범 귀뚜라미 신임 대표이사.

10일 보일러업계 안팎에서는 귀뚜라미가 최대 경쟁사인 경동나비엔 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것은 그만큼 귀뚜라미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시장 양대산맥으로 서로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해왔다. 특히 최 대표는 경동나비엔의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해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어제의 ‘적’을 새 대표로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귀뚜라미는 정체된 내수 보일러시장을 벗어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귀뚜라미는 2018년 연결기준 매출이 2017년보다 소폭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10%가량 감소했다.

국내 보일러 판매량은 2000년대 초 최고점을 찍은 뒤 20여 년 동안 한 해 판매량이 120만~130만 대에 멈춰서 있다.

문제는 출산율 저하 등으로 가구 수가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도 내수시장에서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미래를 위해서는 해외시장에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1962년 세워진 귀뚜라미는 국내 보일러시장 1위 자리를 50년 넘게 지켜왔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귀뚜라미는 1999년 중국 톈진에 공장을 세워 진출했고 러시아에 진출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도 수년 째 공을 들이고 있지만 목표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2000년대 이후 해외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 2015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 경동나비엔이 북미와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면서 독일의 ‘바일런트’, ‘보쉬’, 영국 ‘박시’에 이어 글로벌 가스보일러시장 4위로 올라선 것과 대비된다.

귀뚜라미는 최 대표를 앞세워 올해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쌓아온 기술과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과거 50년의 성장 공식으로는 미래 50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며 "2020년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경동나비엔을 해외 매출비중 50% 기업으로 키워낸 주역이다.

최 대표는 2011~2016년까지 경동나비엔 대표를 맡아 인재영입, 연구개발 투자 등으로 해외사업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최 대표 시절 경동나비엔은 2012년 러시아 일반가스보일러 점유율 1위, 2013년 북미지역 콘덴싱 가스보일러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찼다. 해외사업 성과에 힘입어 경동나비엔 매출은 2011년 3412억 원에서 5832억 원으로 70% 증가했다. 

그 뒤로도 경동나비엔은 50%에 이르는 해외매출 덕분에 2018년 기준 매출이 7267억 원으로 늘어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귀뚜라미는 매출이 5천억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최 대표는 1953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대우실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우전자 해외사업본부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백색가전 대표, 메디슨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9년 경동네트웍 대표로 영입됐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동나비엔 대표를 맡았다. 경동나비엔 부회장으로 승진해 2017년까지 경동나비엔에서 일했다. 

최 대표는 2020년 인사로 귀뚜라미 새 대표에 올라 1월 둘째 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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