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5년 동안 쌓은 부실여신이 약 5조5천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여신관리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근 5년 동안 자금을 빌려준 기업 가운데 333개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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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에게 모두 5조4693억 원의 대출을 내줬다.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의 채권은 일반적으로 전체 금액의 약 30%만 회수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보유하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채권 가운데 약 4조 원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최근 5년 동안 대출을 내준 기업 가운데 225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신청 시기를 기준으로 이 기업들에게 4조1356억 원을 빌려줬다.
산업은행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 가운데 171곳의 채권 1조5764억 원을 부실채권(NPL) 시장에 헐값으로 팔았다.
부실채권은 원리금이나 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대출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팔거나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신청기업에게 내준 대출금액 가운데 6356억 원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출자전환했다. 산업은행은 5910억 원을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으로 판단해 상각처리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에 영업손실이 반영되기 전 대출을 일부 회수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한 신용공여액을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4조1066억 원까지 늘렸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대해 산업은행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수출입은행도 최근 5년 동안 자금을 빌려준 기업 가운데 108곳이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 기업들에게 약 1조3337억 원의 대출을 내줬다.
수출입은행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에게 빌려준 자금 가운데 311억 원을 출자전환했고 358억 원을 상각처리했다. 수출입은행은 나머지 대출을 처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회수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 팬오션, 극동건설, 쌍용건설 등 법정관리로 편입된 기업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박원석 의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함께 재무구조가 부실해지고 있다”며 “두 국책은행이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여신관리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