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너 리스크’ 해소로 더욱 단단해진 그룹 지배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불거졌던 계열사 등기이사 ‘과다겸직’ 논란을 해소할까?
롯데지주체제가 안착한 데다 ‘유죄 판결’에 따른 여론의 비판이 거셀 수 있는 만큼 롯데건설에 이어 일부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추가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여전히 총수로서 영향력을 굳건히 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지주사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 등에서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뿐 아니라 롯데그룹 국내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과다겸직’ 논란에 휩싸여왔다.
신 회장이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던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비롯해 4개 BU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여기에 일본 회사와 합작사인 캐논코리아비즈니스와 에프알엘코리아 등에서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구속수감된 상태에서도 이런 등기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오너의 ‘책임경영’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롯데그룹측은 설명했지만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던 데다 롯데지주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핵심 계열사들을 단속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룹 총수가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하며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다른 그룹에서도 종종 활용되는 방식이지만 롯데그룹은 겸직 수가 다른 그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롯데그룹 계열사 11개곳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기도 했으며 90세를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6개 회사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로 나눠졌던 구조인 데다 이들끼리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사업적 측면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핵심고리를 하는 계열사들을 직접 총괄할 필요성이 컸다.
다른 그룹들이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며 점차 겸직을 줄여가는 것과 달리 신 회장이 많은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직한 이유다.
그런데 신 회장이 지난해 12월31일자로 롯데건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겸직하고 있는 등기이사직 수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신 회장은 2017년 3월 신 명예회장이 롯데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난 뒤 롯데건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는데 2년9개월 만에 내려왔다.
롯데지주가 출범한지 2년이 넘어가면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안착한 데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BU장체제를 개편해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맡긴 만큼 이들의 독립적 경영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선택으로 파악된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괜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도 보인다. 신 회장은 3월에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의 등기이사 임기가 끝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일부 롯데그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과다겸직’을 이유로 신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및 연임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 일부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하면 여론의 뭇매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업무 관련 불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등기이사 선임에는 대체로 반대의견을 권고하고 있다.
중국 사드보복 및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거치며 국민과의 '공감'과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공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과다겸직’ 논란으로 신 회장을 둘러싼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 곤혹스러울 수 있다.
다만 그룹 4대 사업부문인 유통, 식품, 화학, 호텔 가운데 지주사체제 안으로 편입되지 않은 호텔롯데 등에서는 아직 신 회장이 직접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은 만큼 겸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 99%가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가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직접 총괄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 지분 11.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앞으로 지분매입을 위해 많은 곳에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겸직 유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