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 CEO들의 2020년 신년사는 이전과 달랐다. 과거에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으나 올해는 회사별로 특색을 나타냈다.
올해 건설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3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각 건설사별 현안에 맞춘 과제를 제시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은 시장과 고객에게 우리의 역량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10년의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할 때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2020년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4조 원’이라는 성장목표를 내놓았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1조 원, 영업이익 807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이 아직까지는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 사장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합병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만큼 주주가치를 향상해 실적과 관련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LNG액화플랜트와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미래 먹거리 역량 확보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로 매각을 위한 포석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년사를 통해 본 대우건설의 투자 포인트는 LNG액화플랜트사업 추가 수주 및 신사업의 성공적 론칭 여부”라고 바라봤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 전반에 걸쳐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했다.
포스코건설은 2018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망 사고 등으로 시민단체로부터 ‘2019년 최악의 산업재해업체’에 꼽히는 등 이미지가 실추됐는데 이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2일 취임 뒤 첫 행보로 국내 모든 현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안전기원 행사를 열고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안전을 꼽았다.
포스코건설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2018년 안전사고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등 지금까지와 달리 현장 안전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모회사 현대건설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진행한 신년회로 신년사를 대신한 것과 대조됐다.
김 사장은 2019년 4월 현대차그룹의 수시 임원인사에서 대표로 발탁됐는데 그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해인 만큼 임직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화공플랜트 프로젝트의 수행 역량 강화를 강조했는데 롯데그룹이 자회사 롯데케미칼을 통해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빠른 안정화와 통합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향후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집중한 단어는 ‘행복’이다. 행복경영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에 발맞추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SK건설 구성원과 함께 하는 ‘행복위원회’도 새로 만들기로 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힘을 쏟기로 했다.
GS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를 따로 내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전문경영인 대신 이해욱 회장이 직접 임직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신년사를 대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