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했다.
여 의원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익을 무시하고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 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어 제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당 지도부를 향해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의 처리를 막아내지 못한 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의원은 “말도 안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자유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며 “저는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전혀 용기를 북돋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은 오로지 국회선진화법에 위반을 걱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책임지겠다는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 심한 불만을 느꼈다”며 “여당의 폭거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진영의 ‘빅텐트’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당 지도부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사퇴까지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여 의원은 “자유진영이 이렇게 코너에 몰린 판국에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저는 당 대표를 포함해서 우리 자유한국당 전 의원들도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자유한국당 내 지도부 책임론을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수라는 점도 짚었다.
여 의원은 "아마도 속으로 대부분 그렇다 생각할 것"이라며 "이제 공천이 시작될텐데 지도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의원 50% 물갈이니 어쩌니 이런 위협적 발언을 하는데 지도부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의원이 누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여 의원은 2일 오전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황 대표가 책임지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대표직 사퇴를 주장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자유주의진영에서는 정말 비상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비상의 조치란 자유주의 기치 아래 전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통합하는데 각자 기득권을 지니고 있으면 통합이 되겠나, 그래서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기득권에 당대표 직위가 포함되는지 재차 묻자 여 의원은 “당연하다, 오히려 제일 먼저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이라고 대답했다.
여 의원은 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경상남도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이 지역구다. 현재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 의원과 함께 같은 날 한선교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 내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은 모두 9명이 됐다. 여 의원에 앞서 김무성, 김세연, 김영우, 김도읍, 김성찬, 윤상직, 유민봉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