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비례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묘수가 될 수 있을까.
의원 배분과 공천, 선거자금, 선거운동 등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여론까지 고려하면 '위성정당' 창당은 자유한국당에 악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2일 정치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논란이 한창이다.
심 원내대표가 19일 의원총회에서 “만일 더불어민주당 등 4+1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위성정당 논란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과 관련해 비판과 함께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당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위성정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4+1협의체를 구성해 선거법 개정을 놓고 합의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어렵게 합의안이 처리돼도 자유한국당이 실제로 위성정당을 창당해 대응하면 선거법 개정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2일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놓고 “이제 데드록(deadlock, 교착상태)에 처했다”며 “야당의 묘수를 봤으니 이제 문 정권의 수를 볼 차례”라고 언급했다.
위성정당은 지역구 의석 수를 많이 차지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특성을 겨냥한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연동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위성정당은 많은 의석을 배분받게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실제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형식적 창당은 어렵지 않으나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위성정당이라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분명히 다른 정당인만큼 각종 선거제도에서 다양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은 다른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자유한국당이 지지자들에게 위성정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하라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비례대표 후보자는 마이크를 잡고 유세하는 것이 금지되는 등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성정당의 후보자가 대부분 비례대표 후보로 구성된다면 선거법을 지키면서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과 위성정당 사이 국회의원 및 후보자 배분도 쉽지 않다.
위성정당이 정치자금을 지원받고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례대표 득표를 하려면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 가운데 일부는 반드시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옮겨야 한다. 당적을 옮기면 당연히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를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공천과 관련된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당적 이동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의원 및 출마 예정자 등 당사자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위성정당 창당이 실제 의석 수 확보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의석 수 예측 보도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실제로 창당하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의석 수는 적어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의석 수 예측은 지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모두 비례대표 투표를 위성정당에 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자유한국당과 위성정당의 선거운동 연계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여론’를 고려하면 예측대로 의석 수가 배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놓고 “국민들이 그리 만만하고 우습게 보이나”라며 “비례한국당 창당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폭삭 망하고 위성정당 탓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