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오픈뱅킹 출범으로 기회 대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은행들이 무제한 이체수수료 무료 등 공격적 영업전략으로 오픈뱅킹 이용자 확보에 나서면서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왼쪽),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
20일 은행권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무제한 이체수수료 무료를 제공하는 은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IBK기업은행만 오픈뱅킹 출범에 맞춰 개인의 인터넷, 모바일뱅킹 이체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지만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이런 영업전략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뱅킹은 모바일금융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하나의 앱만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조회, 이체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18일부터 은행뿐만 아니라 핀테크회사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이 무제한 이체수수료 무료를 잇달아 내놓는다면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서비스의 뼈대인 간편송금시장에서 이용자 확보에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간편송금은 사업 자체로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이용자의 금융데이터를 모아 수익상품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확보가 매우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송금시장에서 카카오페이(43%)와 토스(54%)의 점유율은 97%에 이른다. 올해도 카카오페이와 토스 사이의 격차가 줄었을 수는 있지만 두 플랫폼이 차지한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연말 오픈뱅킹 출범으로 은행 모바일뱅킹앱에서도 통합 계좌관리나 은행 사이의 간편이체 등이 가능해지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시장 분석기관 나이스디앤알은 10월 오픈뱅킹 시범운영 이후 핀테크앱 이용률이 하락하고 은행 모바일뱅킹앱 이용률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토스앱은 오픈뱅킹 시범운영기간에 1주 동안 이용자 수가 67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오픈뱅킹 출범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회사들로 꼽혀왔다.
간편송금이 이뤄질 때마다 은행에 지불하던 은행 결제망 이용료(400~500원)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 연간 300억 원 넘는 규모의 비용 절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뱅킹 출범 이후 은행 모바일뱅킹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이른 시점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무제한 무료송금이 꼽힌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현재 월 10회로 무료송금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를 무제한으로 바꾼다면 이용자들이 자금이체 등을 위해 은행 모바일뱅킹앱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관계자는 아직 무료송금 횟수를 늘리거나 무제한 무료송금 도입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무제한 무료송금을 운영했거나 이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출시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1분기까지 무제한 무료송금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이사는 4월 오픈뱅킹 토론회에 나와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토스 간편송금을 전면 무료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당장 무제한 무료송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전용대출, 전용카드, 투자상품 등 은행과 차별화되는 서비스 개발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 관계자는 “오픈뱅킹이 출범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다가올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도 “사용자 편의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