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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난제, 삼성물산 구조개편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4-23 18: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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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의 난제, 삼성물산 구조개편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구상을 마친 뒤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의 다음 지배구조 개편 대상은 삼성물산이다.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들은 23일 일제히 삼성생명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본사에 출근한 날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고 그 다음날 일을 처리했다. 이건희 회장이 주장하는 ‘마하경영’의 일처리 같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이후로 숨가쁘게 진행돼 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최근 큰 그림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부문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부문을 재편하고 순환출자구조를 최대한 끊어내는 그림이다. 그래야만 삼성그룹은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데 걸림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건설과 화학부문에 대한 재편만 남겨놓았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삼성의 최대의 부담인 순환출자구조를 끊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삼성물산 내부 인사들도 생각보다 더 빨리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재편은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처럼 간단치가 않다.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여러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건설과 상사 부분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에버랜드와 사업영역이 일부 겹친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도 동시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삼성물산 재편방향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 삼성물산의 위상과 의미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 3곳 중 가장 오래됐다. 삼성SDI가 지난달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해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모태기업 3곳 가운데 삼성물산만 남았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역사 그 자체인 만큼 계열사 지분도 가장 많이 얽혀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수 계열사의 지분을 4∼38%씩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종합화학(지분율 38.7%), 삼성정밀화학(5.6%), 삼성석유화학(27.3%) 등 화학부문 계열사의 최대주주 또는 핵심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 계열사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때부터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삼성물산에서 건설과 상사의 매출 비중은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건설과 상사는 47%, 52% 매출 비중을 보였다. 건설부문의 해외수주가 대폭 증가한 덕분이다.

삼성그룹에서 건설사업은 네 곳에 산재해 있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E&I 사업부, 삼성에버랜드 건설사업부 등으로 나뉘어졌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서도 건설부문 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어떻게 정리하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재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등 네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저런 연관성 없는 사업들이 한 곳에 묶여있다 보니 내부에서도 건축 및 주택, 토목 및 플랜트 등 두 갈래로 크게 나눠 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 쪽이 워낙 규모가 커져 같은 부문이어도 일하는 사람이나 업무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건축 및 주택부문을 털어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토목 및 플랜트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래미안 등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아파트 건설과 해외공사 수주를 나누겠다는 뜻이다. 해외공사 수주로 잘나가는 토목 및 플랜트만 삼성물산에 남겨 이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사업을 위해 신설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건축 및 주택부문, 삼성엔지니어링의 산업설비플랜트부문, 삼성에버랜드 건설부문을 합쳐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산업설비플랜트부문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내부공사 수주만 맡고 있어 성장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건설부문도 삼성전자 수원 주차빌딩, 삼성화재 고양 연수원 등 내부수주와 국내건설만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런 계획을 오래 전부터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주택과 플랜트 부문이 나뉜다는 말이 나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누가 근무지를 옮기게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머지않아 부서정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의 난제, 삼성물산 구조개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어떻게 되나


문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구조 개편이다.

지난해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1% 전량을 삼성물산에 매각했다. 또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도 삼성물산으로 가게 됐다. 이 때문에 업계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안을 들여다보면, 사업구조상 삼성물산과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업구조는 화공부문과 비화공부문으로 나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은 9조8063억 원이다. 여기서 화공부문이 74% 비중을 차지한다.

화공부문인 화공플랜트산업은 기초에너지원인 석유가스를 탐사하고 생산하고 건설한다. 반면 비화공부문인 발전플랜트산업은 전력생산시설만 건설한다. 두 사업부문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사업 성격상 화공부문은 잔류하고 발전부문만 삼성물산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발전플랜트부문은 삼성물산 건설의 해외공사 수주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신 화공부문을 삼성중공업과 합병하면서 삼성중공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부에서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부문과 E&I 사업부로 나뉘는데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부문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화공부문과 사업성격이 맞닿아 있다. 석유가스 운반과 심해유전 개발과 관련된 쇄빙유조선과 LNG선 등을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구조를 개편할 경우 삼성중공업의 실적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삼성물산에 대한 깊은 고민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정리할 것으로 내다 본다. 이는 순환 출자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필수과정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로 이어져 복잡한 순환출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실제 지배구조와 관련이 없는 지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이를 두고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분을 복잡하게 구성해 놓았다는 오해가 있어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추가 지분정리를 통해 지배구조와 관련 없는 소규모 지분부터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는 삼성그룹이 향후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에 놓고 계열사들을 수직계열화를 하려고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비해 삼성물산은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가 쉽지 않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으면서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다른 기업에 비해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12.92%로 압도적이다. 이어 삼성SDI가 7.39%, 삼성생명이 5.14%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1.3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13.9%로 국민연금보다 높아진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삼성물산을 끊어내면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건설 및 화학 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삼성SDI와 삼성생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혹은 삼성에버랜드 등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또 삼성물산을 삼성전자와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려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09%에 대한 정리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를 모두 놓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을 건설과 화학 부문의 최정점에 놓으면서도 삼성에버랜드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지만 너무 판이 커지게 되고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을 중심에 놓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더라도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금융 부문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부문으로 삼성그룹을 단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만 정리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함께 순환출자구조 속에 계속 두면서 사업구조만 개편한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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