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제'의 적용방식을 두고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16일 충북도와 충북지역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지사와 농민단체는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제 도입이라는 이 지사의 공약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가 추진하는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제’는 0.5헥타르(5천 m
2)미만의 농지를 소유한 농가 가운데 농업소득이 연간 500만 원 이하인 영세농가만을 지원하는 안이다.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면 영세농가들은 한 농가당 1년에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 농민단체에서는 충북도의 지원안이 영세농가의 부족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선별적 복지제도로서 일반적 의미의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기존 ‘농민수당’을 대체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남운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
이시종 지사는 농민의 절박한 요구를 알고도 모른체한다”며 “약속한 연구용역은 진행도 하지 않고 갑자기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제는
이시종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제를 실시하기 전 사전 단계로서 1억5천만 원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뤄지고 있다.
정부에서 10월 국제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농민수당을 향한 농민들의 관심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도의회는 농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충청북도의회 산업경제위는 12일 충북도가 내놓은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보장제 관련 예산 10억47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농민단체가 주민발의한 ‘농민수당’ 등 다른 제도와 중복해서 지급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 등은 11월27일 지역농민 2만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충청북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민발의로 도의회에 올렸다.
이 조례안은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민 7만여 명에게 달마다 10만원을 균등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충북도는 단순계산만으로도 연간 840억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11위로 하위권인 충북도에게 이만한 재정지출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바이오 첨단산업을 충북도의 미래로 꼽으며 관련 예산을 많이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농민수당이 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지사는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 기준 충북도의 바이오 생산규모는 1조889억 원, 바이오인력 분포는 7800명으로 각각 전국 2위다. 바이오 투자 규모도 3439억 원으로 전국 3위다.
이 지사는 "충북도에 세계 3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8조2천억 원을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영세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농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다"며 "농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토론과 논의과정을 거쳐 다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