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은행들이 오픈뱅킹 도입 등에 따라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고령층 고객을 많이 보유한 NH농협은행으로서는 금융소외 문제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15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고령층이 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객들이 이용하는 채널별로 특화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영업점에서는 고령자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영업점 1138곳 가운데 908곳에 전담창구를 두고 있다.
모든 영업점에서 고령층과 장애인 담당자를 지정해 창구가 붐빌 때 고령층이나 장애인 고객이 우선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는 화면의 글자를 키우고 화면을 단순화한 ‘큰 글 뱅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텔레뱅킹에서는 ‘느린 말 서비스’를 도입해 느린 속도로 서비스를 안내하고 입력시간을 5초에서 20초로 늘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고령층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농촌 고령화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디지털금융시대에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NH농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고령층이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시중은행들과 다르게 농촌지역에서도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층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0월 말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의 일반고객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미만 5.1%, 20대 12.5%, 30대 17%, 40대 20.2%, 50대 20.5%, 60대 14.3%, 70대 이상 10.1%다.
50대 이상 고객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금융에만 집중해서는 NH농협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어렵다.
디지털금융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령층은 여전히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2018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33.5%, 60대 이상에서 5.5%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고객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고령층이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이용률 격차가 크다.
이 행장은 NH농협은행장에 오르기 전인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 시절에도 고령 농업인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7년 영업점을 방문하기 힘든 고령층 고객을 위해 직원들이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NH태블릿브랜치’ 서비스를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