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다.
대우조선해양은 몇 조 원대의 해양플랜트 손실을 숨겨오다 올해 2분기 한꺼번에 반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업뿐 아니라 건설업종 등 수주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회계처리방식에 대해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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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3조 원대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께 대우조선해양 실사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부문 대규모 손실을 뒤늦게 실적에 반영한 이유와 원인, 손실액이 측정된 시기에 대해 회계감리를 실시한다.
회계감리는 금융감독원이나 공인회계사회가 기업의 재무제표 신뢰성과 외부감사의 공정성을 검사하는 절차로 금융당국이 직접 분식회계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절차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정황이 발견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책임자 등 주요 임직원을 조사해 책임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회계감리에 소극적이었다. 회계감리가 이뤄지면 그 자체로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회계감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므로 표본감리대상 선정, 검찰의 조사의뢰, 신빙성있는 회계부정행위 제보, 회사의 오류 인정 등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상반기 결산이 진행 중이고 신빙성있는 제보 등도 없어 당장 감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올해 2분기 3조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이 커지자 이를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고 금융감독원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 이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공사계약과 관련해 ‘손실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예상손실을 인지한 시점에 손실분을 회계에 반영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규정에 따르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인지한 시점에서 대손충당금을 쌓아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회계처리에서 사전에 해양플랜트 손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반영을 안했다면 이는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선주 측 보상금액이 확실하지 않아 원가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해양플랜트 공사는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나 손실규모 산출이 가능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분식회계논란, 건설업 등 수주산업 전반으로 번져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기준논란은 비단 조선업뿐 아니라 건설업 등 수주산업 전반의 회계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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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식회계 의혹과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논란 또한 대우조선해양과 유사하다.
건설사들은 공사완공과 분양까지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주금액을 공사기간에 따라 나누어 매출에 반영한다.
이때 매출과 함께 원가도 같은 비율로 반영하는데, 당초 예상했던 원가에 비해 더 들어가게 되면 대손충당금을 쌓아 회계에 반영하는데 반영시점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금융당국은 분양 이전 주변시세 등을 고려해 손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대우건설과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 이전에 손실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공사진행률에 대한 기준은 자의적 추정이 많이 들어가고 명확한 회계기준도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과거 GS건설의 분식회계 논란에도 감리하지 않았고, 2년 가까인 진행 중인 대우건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주산업의 불투명한 회계기준에 대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건설과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장기공사계약과 예상손실 인식시점에 대한 회계처리상 재량을 이용해 대규모 손실을 은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은 건설과 조선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 엄격한 제제조치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