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3일 경기 동탄시트연구센터 비전홀에서 열린 경영전략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자동차 시트 분야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금도 최고급 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현대트랜시스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가 올해 초 목표로 삼았던 시트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독일의 자동차 시트기업인 브로제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쓰이는 미래차 시트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브로제는 설립된지 110년이 넘는 기업으로 세계적으로 고객기업만 120여 개(완성차 80여 개, 부품기업 40여 개)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트랜시스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고객기업 확보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제가 단순한 시트뿐 아니라 시트 구동에 필요한 부품의 모듈러화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현대트랜시스에 긍정적 요인이다.
브로제는 4방향 파워 요추 제어기, 헤드레스트 모듈, 리클라이너(시트의 등받이 각도 조절), 시트컨트롤유닛 등의 각종 시트부품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시트부문에서 미래차시대 대응을 위해 부품의 모듈화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세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브로제와 협력을 통해 충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트랜시스는 이미 시트제품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아마존과 포드 등 미국 주요기업이 수천억 원씩 투자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기업 리비안으로부터 5월에 1조 원 규모의 시트 공급계약을 따냈다.
2027년까지 모두 8년에 걸쳐 제품 공급을 도맡게되는데 이는 현대트랜시스의 제품 경쟁력을 여러 전기차 기업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여수동 사장은 현대트랜시스의 시트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는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경기동탄시트연구센터 비전홀에서 경영전략세미나를 열고 2020년도 경영전략의 방향성을 확정했다.
여 사장이 직접 참석해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엠시트 임직원, 해외법인장 등과 함께 대내외 경영환경과 이에 따른 경영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세미나에서 여 사장은 현대트랜시스의 양대축인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과 시트사업의 발전전략을 결정했는데 시트부문에서는 자율주행을 모토로 미래기술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특히 설계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 모듈러 아키텍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차량의 변속기 생산을 주력으로 하던 현대파워텍과 변속기·시트사업을 함께 하던 현대다이모스가 올해 초 합병해 세워진 회사다. 현재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부문에서 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시트부문에서 내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현대트랜시스가 수동변속기와 자동화수동변속기, 자동변속기, 무단변속기 등 자동차 변속기 모든 분야를 아우르게 되면서 파워트레인부문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하지만 시트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새로운 과제로 꼽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탓에 외부고객을 늘리지 않으면 시트부문의 성장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합병 이전의 현대다이모스 시트부문 실적을 보면 2016년 2조8208억 원에서 2017년 2조8994억 원, 2018년 3조559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전체 매출 성장률을 하회했다.
여 사장이 ‘자율주행차 시트’로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던 이유다.
여 사장은 올해 초 새로운 기업이미지 통합(CI)을 발표하며 현대트랜시스를 자율주행차 시트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5월에는 회사의 새 비전으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창조적 리더’를 제시하며 자율주행차 시트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시장의 핵심기술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