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국토교통부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향한 강력 제재 결정으로 도시정비시장 복귀 과정에서 사업 확대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27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향한 국토부의 강력 제재는 향후 대형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전 양상에도 변화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건설사의 일정 수준을 넘는 금전적 혜택, 과도한 혁신설계 등을 강하게 제재한 만큼 건설사가 앞으로 조합에 제시할 수 있는 지원책이 대동소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전 영업방식도 조합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택상품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앞으로 도시정비 수주전에 복귀한다 해도 영업조직이 예전만 못해 한동안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도시정비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관련 인력이 외부로 많이 빠져나갔는데 이에 따라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도시정비 수주전 양상이 주택상품 자체 경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바뀌면 다른 건설사들도 모두 새로운 영업환경을 맞이하는 만큼 삼성물산에 불리할 것이 없다.
삼성물산은 강력한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지니고 있는 만큼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최근 몇 년 동안 도시정비 수주시장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래미안은 2019년 기준 국가 고객만족도(NCSI) 아파트 부문 22년 연속 1위, 국가브랜드 경쟁력지수(NBCI) 16년 연속 1위, 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KBPI) 18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래미안을 앞세운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시장 복귀 움직임과 관련해 ‘왕의 귀환’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2020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데 도시정비 수주전 양상이 변한다면 당장 이 사업부터 참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사업비가 7천억 원으로 적지 않을뿐더러 한강변에 자리잡아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눈독 들이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애초 영업환경에서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참여했다면 조합원에게 여러 혜택을 주기 위한 출혈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는데 국토부의 한남3구역 강력 제재에 따라 불공정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 삼성물산이 래미안 신상품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를 통해 선보인 가변형 벽체. |
삼성물산은 그동안 불공정 경쟁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앞세워 도시정비시장 참여를 미뤄왔던 만큼 출혈경쟁이 예고된 수주전에 참여하는 것자체가 부담일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재입찰을 전제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부터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불공정 과열경쟁 가능성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이 불공정 경쟁요소를 걷어내고 재입찰을 추진한다면 삼성물산이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와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바가 없다”면서도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지와 수익성 좋은 사업장에 참여하겠다는 기존 기조에도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 사이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래미안 상품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를 출시했는데 이에 따라 도시정비시장 복귀시기를 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