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중앙이 ‘더 킹: 헨리 5세’를 시작으로 그동안 상영을 거부해왔던 넷플릭스 영화들을 방영한다.
메가박스중앙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것은 콘텐츠 다양성을 넓혀 영화관을 찾지 않는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25일 극장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23일 ‘더 킹: 헨리 5세’ 상영을 시작했다. 이밖에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 ‘두 교황’ 개봉을 놓고 넷플릭스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주요 극장사업자3사 가운데 유일하게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CJCGV, 롯데컬처웍스 등과 함께 ‘옥자’를 보이콧한 지 2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점점 커지고 영상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CJCGV, 롯데시네마와 차별점을 만들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인터넷 동영상서비스로 본 영화를 극장이 제공하는 큰 화면과 음향으로 경험하고 싶어하는 수요도 잡으려는 것이다.
한국의 연간 영화 관람객 숫자는 2013년에 2억 명을 넘어선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지 못하며 매출 또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부쩍 시장이 커진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인터넷 동영상서비스들도 극장사업자들의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CJCGV와 롯데컬처웍스는 ‘특별상영관 경쟁’에 돌입했다. 인터넷 동영상서비스로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을 기술적으로 제공해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극장업계 한 관계자는 “큰 화면과 풍부한 음향 등 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극장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더 즐거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도 이런 변화에 대응해 ‘더부띠끄’와 ‘MX’, ‘컴포트’ 등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영관을 앞세우고 있다.
다만 메가박스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시선도 나온다. 가령 주요 3사 가운데 유일하게 4D특별관이 없어 4D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메가박스는 대신 콘텐츠를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메가박스는 넷플릭스와 손잡기 전에도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운영해왔다. 클래식 소사이어티는 오페라와 뮤지컬, 클래식 연주회,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한다.
메가박스중앙이 넷플릭스를 동지로 받아들인 것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업해 효과를 본 데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들의 해지율은 일반 요금제 가입자의 절반 수준이며 신규 가입자들은 LG유플러스 IPTV를 선택한 이유로 넷플릭스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메가박스중앙과 달리 CJCGV와 롯데컬쳐웍스는 계속 넷플릭스를 배척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JCGV 관계자는 “영화시장 발전을 위해서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과 프로세스를 지키며 일정기간 극장 상영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가박스가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해 눈에 띄는 성적 낼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과 2018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옥자’와 ‘로마’가 눈에 띄는 흥행성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킹: 헨리 5세는 23일 개봉 뒤 이틀 동안 누적 관객을 4천 명 모으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