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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심 달래기, 현재 예산으로 힘들어

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 2019-10-25 17: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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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현재 마련된 후속대책 관련 예산규모로는 농민의 불만을 달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분야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심 달래기, 현재 예산으로 힘들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로 국가 주력산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업은 그동안 개도국 지위를 통해 쌀 관세율, 보조금 지원 등을 받아온 만큼 우려가 크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25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24년 동안 유지해 온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건 국내 다른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려 농업 분야 피해를 최대화하겠다는 판단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이전부터 공익형직불제 예산 규모에 관한 정부와 농업계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익형직불제에 필요한 재정규모와 관련해 농업계는 3조 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는데 반해 이전까지 기획재정부는 1조8천억 원 수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정부는 공익형직불제 전환을 전제로 2020년도 예산안에 직불금 관련 예산을 올해 1조4천억 원(변동직불금)에서 2조2천억 원으로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농업계의 의견과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공익형직불제 외에도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지만 '재탕삼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지역농산물(로컬푸드) 안전성 검사, 공공 급식 연계체계 구축 등에 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초등학교 과일 간식 등에 국산 농산물 공급을 늘린다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주요 채소류에 관한 가격안정제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청년농업인 육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농업 경쟁력 강화대책이 기존에 있던 정책들과 큰 차이가 없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직접적 실효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올리겠다고 말하지만 재탕삼탕된 대책들과 선언적 말만 있을 뿐”이라며 “농민들이 체감 할 수 있는 정책은 찾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정부가 대부분 중장기적 차원으로 보이는 대책을 내놓은 데는 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업 분야에서 교역조건 변화가 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세계 각국은 1995년에 이뤄진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에 따라 시장 개방과 보조금 감축 등을 결정한 이후 농업 분야에선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의 무역 조건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해도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현재 농업 관련 무역 환경에 별다른 변동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에 따르면 2020년은 미국의 대선으로 세계무역기구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선 이후 신행정부가 들어와 정부조직이 안정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미국의 세계무역기구 협상의 실질적 참여는 2022년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셈이다.

홍 부총리도 "앞으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관해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정부는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주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더욱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출발점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농업계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선언이 당장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앞으로 타결될 다자간 혹은 양자간 협상에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가 뚜렷한 대책 마련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당장 피해가 발생하는게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농업계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우려가 깊은 상황"며 "지위 포기뿐 아니라 7월 이후 시간이 많았음에도 대책 마련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농업계의 반발을 더욱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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