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면 한국투자증권도 간접적으로나마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함께 주식계좌 개설, 투자상품 판매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와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회사로 꼽힌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역시 카카오뱅크를 통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1금융권 대출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2금융권 대출상품을 내놓는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과 시너지를 내기는 다소 어렵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에 지분을 넘기려고 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이슈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기게 됐다”며 “다른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나누지 않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게 전부 넘긴 데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모두 자산운용회사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모두 광범위하게 나서는 반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중점을 두고 주식 투자만 한다는 차이가 있다.
투자영역에 차이가 큰 만큼 최근 3년 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큰 폭으로 성장한 데 반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15년 268억 원에서 2018년 355억 원으로 32.5%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순이익은 176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면 향후 카카오뱅크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장기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개선이 필요한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여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데 카카오뱅크의 영향력을 활용하면 사업 홍보, 펀드 판매 등을 통해 존재감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당연히 고려했다”이라며 “시너지를 어떻게 극대화할 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는 데 필요한 자금조달과 관련해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조정이 완료되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 ‘5%-1’주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지분 29%를 보유하는 내용을 담은 한도초과 보유 승인신청서를 11일 금융위원회에 접수했다고 17일 밝혔다.
7월 카카오의 콜옵션 행사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이 기존 50%에서 '34%-1주'로 변경됨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5% 이내로만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또는 5% 이내로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한도초과 보유 승인신청서를 접수한 뒤 60일 이내인 12월 중순까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 초과 보유에 관한 결론을 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