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고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지주회사체제 다지기에 들어갔다.
한라그룹은 최근 한라홀딩스와 한라마이스터를 합병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끝냈다. 정 회장이 지주회사체제로 거듭난 한라그룹의 과거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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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정몽원 회장은 6일부터 이틀 동안 한라홀딩스 주식 2만 주를 장내에서 매수한다고 한라그룹이 밝혔다. 이로써 정 회장은 한라홀딩스 지분율을 22.91%에서 23.01%로 늘리게 된다.
한라홀딩스는 지난달부터 2일까지 만도 주식 11만1천 주를 사들였다. 한라홀딩스는 만도 지분을 27.74%에서 29.06%로 늘렸다.
한라홀딩스는 6월4일 300억 원 규모의 만도 주식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분매입이 끝나면 한라홀딩스 지분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지난달 17일 한라 주식 2만 주를 사들였다. 정 회장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친 한라그룹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지분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라홀딩스는 최근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쳤다. 한라마이스터는 한라 지분 34.85%(보통주 15.04%, 우선주 10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한라홀딩스는 한라마이스터 흡수합병으로 주력계열사인 한라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물론이고 위코, 오토리코, 에이치워터 등도 자회사로 두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만도를 한라홀딩스와 만도로 분할해 지주회사체제의 틀을 마련했다. 그 뒤 지분구조를 정리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작업을 벌였고 이번 한라마이스터 흡수합병으로 지주회사체제 개편을 모두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계기로 과거 한라그룹의 전성기를 재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라그룹은 외환위기 이전 재계서열 12위까지 올랐다.
한라그룹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라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한라시멘트(라파즈한라시멘트), 한라공조(한라비스테온공조), 만도 등 주력계열사들을 잃었다. 정 회장은 이 가운데 만도 한 곳만 되찾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이 나머지 한라그룹 계열사들을 되찾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회장이 그동안 인수에 욕심을 냈던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경우 최근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넘어갔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한라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건설회사인 한라와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를 양축으로 삼고 관련사업 인수합병 등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최근 한라그룹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회장은 김경수 만도 사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하고 기존사업 통폐합과 신사업 발굴 등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김 사장은 만도에서 기획실장을 거쳐 영업총괄(CMO), 재무총괄(CFO), 기술총괄(CTO)을 모두 역임했다. 지난해 만도 분할작업도 김 사장이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또 회장 비서실장인 이철영 전무를 만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탁일환 전무를 만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임명하고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그룹에서 신규사업실장을 맡았던 정 회장의 처남 홍석화 한라I&C 사장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로 옮겨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상장작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