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증권사와 IT기업이 컨소시엄을 맺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면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실시한 경험을 살려 은행업계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증권사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연계해 개인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증권사가 증권업의 수익을 높여줄 보조수단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 금융위, 증권사 참여 기대
금융위는 6월18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계획안을 내놓을 대부터 증권사의 참여를 기대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당시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1차 신청 때부터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며 “제2금융권에서 인가신청이 들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
|
▲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 시중은행의 경쟁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은행서비스가 더 많이 나타나고 소비자의 편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증권사가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이런 목표를 이루기에 적합하다고 금융위는 파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과 차별화한 모습을 선보여 경쟁촉발을 바라고 있다”며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는 증권사가 IT기업들을 모아 주도적으로 꾸린 컨소시엄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생존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한다면 앞으로 3~4년 뒤 시장에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 증권사들의 관심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5~6개의 증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금융위가 올해 9월부터 진행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1차 신청에 참여할 의사를 이미 밝혔다.
키움증권은 모기업인 다우기술과 함께 2016년 3월 이후로 예상되는 2차 신청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온라인뱅킹과 차이점이 별로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사업모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추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속단할 수 없다”며 “1차 경쟁상대인 은행을 대상으로 여러 자질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개인고객의 주식매매를 위탁받아 거두는 수수료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이다. 대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영업점이 적고 기업금융의 비중도 낮다.
이런 증권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에 강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개인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은행에 지금까지 냈던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키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온라인 특화 증권사로 출발했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얻은 주식위탁매매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마찬가지로 개인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증권사는 주식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수익구조 자체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
|
|
▲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
증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게 되면 은행 예금과 대출이라는 안정적 수익원을 얻게 된다. 증권사 투자상품과 은행계좌를 연계해 기존 증권사 고객들을 계속 잡아두는 전략도 펼칠 수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성공할 경우 업무영역을 넓힐 뿐 아니라 개인고객과 접점도 늘려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지금까지 은행과 연계된 증권 계좌를 개설하면서 은행에 냈던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할 경우 그쪽에 물량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진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사례만 들어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성공하면 연간 200억 원에 이르는 은행 지급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증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역할
증권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본업인 증권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증권사가 모기업인 곳들도 증권과 연계한 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계좌에 넣은 잔액이 일정금액을 넘어갈 경우 초과분을 자동으로 계열 증권사의 고객 계좌로 돌려 투자자산을 늘리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이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다이와넥스트뱅크는 이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1위인 찰스슈왑뱅크도 모기업이 증권사다. 찰스슈왑뱅크는 주식 트레이딩시스템 서비스를 은행 고객들에게도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크게 늘렸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실상 증권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길원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누구나 빈번히 사용하며 금융거래의 시작점이 된다는 속성을 활용할 수 있다”며 “본업인 증권업의 취약점을 메우고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익성을 높여 조기에 안착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과 경쟁을 통해 시중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는 실종될 수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금리 등에 우위가 있다 해도 시중은행과 같은 시장을 공략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특화상품 등에 치중하게 되면서 시중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