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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과 합병과정에서 산정된 제일모직 주가는 적당한 수준일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삼성물산 저평가와 제일모직 고평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주가의 고평가 논란이 이번 합병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제일모직은 액면가 5천 원 기준 환산주가가 가장 높은 주식이다. 제일모직 환산주가는 887만5천 원으로 2위인 SKC&C보다 200만 원 가까이 높았다.
환산주가는 모든 주식의 액면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평가한 주가다. 제일모직은 올해 2월 이후 5개월째 환산주가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논란이 많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원에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삼성물산 주가 저평가 논란의 이면에 제일모직 주가 고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증시에 상장한 이후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발표 이후 제일모직 고평가 논란은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에 대해 두 가지로 맞서고 있다. 지배구조 프리미엄과 바이오사업 성장성이다.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6월30일 기업설명회에서 “제일모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그룹 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바이오사업의 밝은 전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내세우며 주가가 미래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를 반박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6월18일 발표한 자료에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방식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일모직이 지배구조 프리미엄으로 고평가를 받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바이오사업의 가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이 지분 46%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의 성공이 확실하지 않다”며 “아직 이익도 발생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공모가는 5만3천 원이었으나 3일 현재 18만3천 원으로 245%나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제일모직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합병발표 이후 최근까지 12개 증권사가 제시한 제일모직 목표주가 평균은 24만9583원 이다.
IBK투자증권이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는데 19만5천 원을 예상해 현재 주가를 뛰어넘고 있다. HMC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3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증권사들은 제일모직이 기업발표회에 이어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을 공개한 뒤 바이오사업 성장성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3일 “바이오시밀러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높은 경쟁력을 감안하면 제일모직 평가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비확장 측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때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사업은 제 2의 반도체 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일모직 주가 고평가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적정가격인 8만5천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주당 7700원에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약 48억 원으로 삼성에버랜드 지분 31.9%를 확보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가치는 현재 5조7천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