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깊은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자꾸만 미룬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생산연령인구 확충을 위해 내놓은 고령인구 고용대책 얘기다.
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안’을 내놨다.
종합적이고 다양한 내용이 담겼지만 핵심은 고령화에 따른 고용대책이 꼽힌다.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계속고용제도 등을 제시했다.
계속고용제도는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재고용, 60세 이후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다양한 고용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전까지 논의 수준에 머물던 정년 연장 문제를 기업의 선택권을 앞세워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등의 반발을 의식해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공을 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연장 논의가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정부부처 내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 정년 연장이라는 문구를 방안에 확정적으로 명기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비켜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홍 부총리는 “정년연장 문제는 아직 정책과제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학계 연구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이 정부를 향한 기업들의 불만을 키우고 사회적으로는 세대 사이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섣불리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년층이 실업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년층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권을 향한 청년층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홍 부총리도 청년층의 불만을 의식한 듯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의 대전제는 청년고용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립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대응 문제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으로 논의를 주저하기에는 너무나 촉박하고 중대한 문제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는 이미 현실이다. 정부도 이번 발표에서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가 당장 2020년 후반부터 불거질 것으로 바라봤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의 원인인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단기간에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으로 0.98명으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한 쌍의 부부가 아이 1명도 낳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19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보다 출생률이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과 몰도바 두 나라 뿐이다.
결국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은 정부가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가능한 서둘러서 적극적 태도로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기업들을 달래고 세대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대책과 사회적 논의할 기회 마련 등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진정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고양이 목의 방울을 달려는 정부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