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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뜻밖의 변수를 만나 올해 세운 경영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자율협약에서 졸업한 첫 해를 맞아 아시아나항공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저유가와 항공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981억 원에 육박하는 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여건이 좋아진 만큼 올해 안에 저비용항공사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하지만 올해 초 벌어진 항공기 사고에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를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 출범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중국노선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서울에어 연내 출범 물건너 가나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출범하기로 한 제2의 저비용항공사 '서울에어'의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서울에어 출범을 위한 사업면허와 운항증명(AOC)을 국토교통부에 신청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서울에어가 취항하려면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면허를 받은 뒤 운항증명을 획득해야 하는데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업면허를 보통 신청한 지 25일 이내, 운항증명을 90일 이내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4달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서울에어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어의 연내출범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김수천 사장이 서울에어의 출범을 내년으로 미뤘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초 히로시마공항에서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벌어져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면허신청시기를 놓쳤다.
그 뒤 메르스 사태로 경영실적 부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항공업계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면허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서울에어의 출범을 서둘렀던 이유는 저비용항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부산으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노선 비중이 높아 저비용항공사들의 공세에 더욱 취약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수도권 기반의 서울에어를 통해 저비용항공사들의 공세에 대응하려 했으나 언제 출범할 수 있을 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 중국노선 비중 높은 아시아나항공 타격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국노선이 많아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성수기에도 이어질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중국노선에서 나오는 매출은 아시아나항공 전체 여객매출의 2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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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7일 인천국제공항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국심사대 모습. |
아시아나항공에서 6월 한 달 동안 국제선 10만여 명, 국내선 1만5천여 명이 항공권 예약을 취소했다.
6월 탑승륙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노선 탑승률은 81%에서 65%로, 일본노선 탑승률은 73%에서 66%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항공사의 최대 성수기인 7~9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7월과 8월이 전통적 여름휴가철이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35% 가량이 이 기간에 집중된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이번 여름휴가에 한국보다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아시아나항공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여행사 시트립은 6월 한 달 일본을 예약한 관광객이 1만 명에 이르러 지난해 6월보다 100% 증가했다.
일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엔저, 일본의 비자정책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올해 중국인들에게 5년 동안 유효한 복수입국비자를 허용했다.
법무부가 1일 중국인 등 단체 관광객의 비자수수료를 7월6일부터 9월30일까지 면제하기로 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7~8월 항공사들의 신규예약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메르스 때문에 성수기를 노린 공격적 프로모션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메르스가 진정된 뒤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단거리노선에서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두 항공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점유율을 빼앗겼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격적으로 승객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예상치보다 각각 16.5%, 2.2% 낮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