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벌이고 있는 법적 공방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에게 먼저 판정승을 따냈다.

법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물산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안심하기에 아직 이르다.

법원이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1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등기이사 7인에 대해 낸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기각했고 등기이사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각하했다.

이번 가처분신청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달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부당하다”며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관련 법(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 및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첫 심문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은 오너 일가 지배권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이나 주주의 이익과 관계없이 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며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삼성그룹이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은 합병의 정당성에 대해서 법리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합병에 반대하는 쪽은 합병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법원이 삼성물산 합병절차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삼성그룹 쪽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법원의 판결로 삼성물산이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성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0.45% 오른 6만65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가처분신청 기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소 반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