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네이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실시간검색어’로 여론이 조작되는 것을 네이버가 방치하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네이버가 다시 정치적 격랑에 휘말렸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일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해 소수의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해 네이버에서 실시간검색어를 띄우는 것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힘 센 언론기관인 네이버가 그런 부분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실검전쟁이 일어났다. 8월27일 조국 후보자의 지지자들은 ‘조국 힘내세요’를 실시간검색어로 띄우고 반대편에서는 ‘조국 사퇴하세요’를 검색어로 띄웠다.
8월31일에는 ‘나경원 자녀 의혹’, 9월1일에는 ‘나경원 사학비리 의혹’이 실시간검색어에 올랐다. 조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맞불’을 놓는 식으로 과거 나 원내대표에 제기됐던 이슈들을 실검에 올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네이버 측에 매크로 조작 공개 검증, 실시간검색어 알고리즘 개선, 업무방해죄 고발 등을 요구해 한성숙 대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의 주장에 네이버는 여론을 반영하는 장일 뿐 네이버 측에서 개입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숙 대표는 “어떤 게 정치적이고 어떤 게 상업적인지 데이터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가급적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매크로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 지금까지 강력하게 대응해왔으나, (매크로와 무관한) 지금 논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또 네이버의 실시간검색어와 관련해서는 네이버는 이를 통해 사회의 관심사 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뉴스와 관련해서는 언론사가 직접 (배열 등)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실시간 검색어는 연령대별로,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볼 수 있게 했다“며 “나라별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검색어 트렌드, 순위를 제공하는 건 굉장히 많은 사업자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로서는 자유한국당의 요구에 뽀족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개입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여론을 모아 네이버의 실시간검색어를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과연 실시간 검색어가 꼭 필요한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네이버가 실검과 관련한 기사도 없는 데 실검이 올라오는 상황을 방치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시간 검색어 조작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특정세력에 의해 조작이 안 되도록 하는 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해서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네이버 일본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에는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과 관련한 반대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메신저 라인의 온라인스토어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가 올라와 판매됐다가 중단됐다. 일주일 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소재로 한 스티커도 판매됐다가 삭제됐다.
논란이 된 스티커에는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 합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빚어진 한일 갈등국면에서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담겼다.
라인은 자체 검토절차를 통과한 스티커만 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어긴 온라인콘텐츠가 일주일 사이에 두번이나 판매됐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커졌다.
라인 가이드라인에는 '특정 국적 소유자, 인물, 법인, 집단에 대한 비방이나, 폄훼,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정치적 이미지나 선거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등을 금지사례로 명시하고 있다.
정치상황에서 대립이 커질 때마다 창작자들이 의견을 포털과 메신저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만큼 덩치가 큰 네이버와 라인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